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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원자폭탄, 수소폭탄, 반물질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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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현욱
객원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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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1961년 10월 30일 북극해의 노바야 제믈랴 군도에서 소련은 ‘차르 봄바’란 이름의 수소폭탄을 터뜨렸다. 길이 8m, 지름 2m, 무게 27t, 폭발력 TNT 57메가톤. 인류가 지금껏 실험한 폭탄 중 최대 위력이자 2차 대전 때 일본에 투하됐던 원자폭탄 두 개를 합친 폭발력의 1400배에 해당한다.

 수소폭탄은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무기로 꼽힌다. 하지만 앞으로 만들어질지 모를 반물질 폭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반물질이란 양성자·중성자·전자 등 통상 입자의 거울상에 해당하는 반양성자·반중성자·양전자 등으로 이뤄진 물질을 말한다. 입자와 반입자,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에너지와 감마선 등을 내놓고 쌍소멸해 버린다. 이때 소멸하는 질량당 에너지는 핵 분열의 1000배 이상, 핵 융합의 약 100배에 이른다. 반물질 1㎏과 물질 1㎏이 쌍소멸하면서 내는 에너지만 해도 TNT 43메가톤에 해당한다. 1㎏만으로도 차르 봄바에 필적하는 위력을 내는 것이다.

 다행히 반물질은 극히 드물다. 반물질 입자를 만들려면 거대한 가속기로 입자들을 충돌시켜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몇천 분의 1초 만에 소멸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측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6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반물질 입자로 구성된 반수소 원자를 만들어 약 6분간 ‘살려둔’ 것이 최장 기록이다.

 마침 반양성자로 이뤄진 띠가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이 인공위성의 관측으로 최근 확인됐다(관계기사 2면). 연구팀은 이들 반양성자가 미래형 우주선의 핵융합로를 가동시키는 연료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미항공우주국 ‘미래개념연구소(Institute for Advanced Concepts)’의 보고서에서 탐색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반양성자 띠는 밀도가 희박해서 폭탄의 재료 같은 것은 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위험이 있다. 반물질은 137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할 때 통상 물질과 거의 동일한 비율로 만들어졌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멸했겠지만 우주 어딘가에는 통상 물질과의 접촉을 피해 살아남은 반물질이 대량으로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런 지역이 존재한다 해도 가까운 장래에는 발견되지 않았으면 싶다. 인류는 지금 있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만으로도 충분히 버겁다. 반물질 폭탄이라니….

조현욱 객원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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