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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또 … ‘64t 사발이’ 수백 개 휩쓸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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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7일 오후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옆으로 제9호 태풍 ‘무이파’가 지나갔다. 이 영향으로 집채만 한 파도가 섬을 덮쳐 64t짜리 테트라포드(TTP)가 조각나 방파제 앞쪽에 나뒹굴고 있다. [신안=연합뉴스]


강한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인 ‘대한민국 핫코너’가 또다시 큰 피해를 봤다. 7일 오후 7시쯤 국토의 최서남단에 위치한 전남 신안군의 가거도(소흑산도)에는 초속 40m의 강풍과 함께 높이 10m가량의 파도가 섬을 향해 밀어닥쳤다. <본지>7월 1일자 20면>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바람이 거세지자 저지대에 거주하던 6가구 주민 16명은 황급히 높은 곳으로 몸을 피했다. 바람이 잠시 잦아들었을 때 바다 쪽을 바라보던 주민들의 입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가거도항의 방파제를 감싸고 있던 64t짜리 테트라포드(TTP·일명 ‘사발이’) 수백 개가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날 태풍에 쓸려간 테트라포드는 방파제(길이 490m, 폭 15.2m)를 보호하기 위해 쌓아둔 인공 구조물이다. 태풍은 또 테트라포드보다 큰 108t짜리 큐브블럭(Cube block)까지 마구 헤집어 놓았다. 6월 26일 태풍 ‘메아리’ 때 악몽이 채 잊히기도 전이었다.

 당시 가거도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 때 파손된 방파제 공사를 하던 중 또다시 태풍 피해를 봤다. 특히 이번 태풍은 메아리 때 미처 복구하지 못한 방파제에 또 충격을 준 것이다. 박원호 신안군 가거도출장소장은 “육안으로 봤을 때 방파제 100여m 구간의 윗부분 2~3m 정도가 유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곧장 마을을 덮치면서 바닷가에 있던 해경파출소와 보건진료소, 마을회관 등이 물에 잠겼다.

 가거도 방파제는 1978년 착공돼 2008년 5월 완공됐다. 착공 이후 ‘셀마’(87년), ‘프라피룬’(2000년), ‘라마순’(2002년) 등의 태풍에 공사 현장이 번번이 ‘쑥대밭’이 되면서 공사가 30년 넘게 걸렸다. 가거도의 최병국(68) 이장은 “가거도에서 60년을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강한 바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45㎞ 떨어져 있고, 흑산도에서 남쪽으로 75㎞ 지점에 있다.

신안=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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