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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시론

종북은 진보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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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최근 법정에서 북한의 지도자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친 피고인에 관한 언론의 보도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 사건을 국가보안사범의 단순한 언행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수호하는 사법부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있는 북한의 지도자를 외치면서 판결을 비웃는 것은 대한민국의 존재와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법정 소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아무런 후속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이 국가를 부정하는 행위를 묵인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소위 종북(從北·북한 추종) 세력은 사회 곳곳에서 현안에 개입하고 있다. 특히 교육·노동·복지 문제 등은 그들에게 있어서 좋은 먹이 거리다. 이런 문제들은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항상 논란의 대상이고, 이를 이용하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사례는 국회나 학원에서 발생했던 프락치사건에서 볼 수 있다. 그들은 사회문제를 교묘하게 정치문제화해 정치권을 끌어들이고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획책한다. 그래서 현실정치에서 정당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손쉽게 말려들어가 그들의 이용도구로 전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종북 세력의 존재와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리되고 있지 않다. 종북 세력은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진보 세력이나 보수 세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글자 그대로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다. 북한을 추종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역시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법상 양쪽이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북한은 인류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3대째 세습을 추구하면서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국가다. 북한 주민이 우리 민족이라 해도 북한이 불법단체이면서 반국가 단체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북한을 추종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북한에도 법은 있지만 신체의 자유나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으며 직업의 자유도 없다.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 줄 재판청구권도 없다. 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의 인권을 말하는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가리기 위한 술책이다. 그들이 과거의 대한민국 독재를 언급하는 것은 북한의 독재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북한의 입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자유와 평등을 핵심 이념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북한이 설 자리는 없다. 북한은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 포격으로 국민을 살상한 호전적 불법단체일 뿐이다. 이런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은 민주적 법치를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반(反)민주 세력이다.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을 하고 사회를 기만해도 그들의 목적은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민주화에 몰입하면서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져 버렸다. 민주주의에서 자유는 개인의 책임이 전제된 자유이고. 평등은 자의를 배제한 합리적 차별이 허용되는 실질적 평등을 의미한다. 자유와 평등이란 이름으로 혹세무민하고 민주주의를 겉으로 포장하면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며 실정법을 부정하는 종북 세력을 국가는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번 ‘왕재산 간첩단’ 사건과 관련된 종북 세력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규명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종북 세력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반민주 세력이며, 우리의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반헌법 세력이기 때문이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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