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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10만 곳 보유한 ‘배달의 민족’ 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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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배달음식 전문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 개발업체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왼쪽)와 형 김광수 개발실장. [최승식 기자]


114 전화안내보다 많은 중국집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곳이 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의 민족은 중국집·치킨집·야식집·도시락집 등 배달음식점들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인기 스마트폰 앱이다. 앱을 켜면 반경 3㎞ 이내에 있는 음식점 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현재 배달의 민족에 등록된 음식점은 10만여 곳. 월 50만 건의 주문이 앱을 통해 이뤄진다.

이 앱을 만든 회사는 ‘우아한 형제들’이다. 이름처럼 두 형제가 창업했다. NHN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동생 김봉진(35)씨가 대표를 맡아 경영을 담당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형 김광수(37) 개발실장은 기술을 총괄한다. 형은 보수적, 동생은 개방적이다. 일 벌이기 좋아하는 동생이 ‘사고’를 치면, 형이 수습하곤 한다.

 이 앱을 처음 출시한 때는 지난해 6월. 현재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200만 건을 넘어섰다. 올 4월엔 유명 에인젤투자자 장병규씨로부터 3억원을 투자받았다. LG전자와는 스마트TV용 앱 공급계약을 맺었다. 6월엔 벤처 인증도 받았다. 김 대표는 “114 번호안내는 통화료가 부과되고, 온라인으로 검색하려면 PC 앞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식점을 찾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평가글도 참고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요즘 이곳엔 월 1000개 이상의 새 전화번호가 등록된다. 초기엔 형제가 직접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을 모아 정보를 등록했지만, 요즘엔 지역 전화번호부 업체들이 먼저 제휴 요청을 한다. 가게 주인들이 직접 앱에 정보를 올리거나 전화로 등록 요청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칭 ‘엣지 있는 마케팅’으로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인기 웹툰 작가 지강민씨와 공동으로 만화 캐릭터를 만들어 앱에 입히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벌인다. 지난겨울엔 경품으로 눈 치우는 넉가래를 선물했고, 짝이 없는 사람들끼리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4월 14일)에는 소녀시대 멤버들의 사진이 들어 있는 드링크제 9병을 경품으로 줬다. 병 1개에 멤버 한 명의 얼굴만 들어 있기 때문에 약국을 돌며 9명의 사진을 다 모았다. 김 대표는 “비싼 경품을 걸 처지가 아니다 보니 저렴하고 독특한 경품을 고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형제는 국내에서 배달음식점이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신장개업했던 음식점이 파리만 날리다 한 달 만에 문을 닫는 것도 봤다. 경쟁 업소를 깎아내리는 댓글을 올리거나, 심지어 ‘이 가게 폐업했다’는 거짓 정보를 올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형제는 의심스러운 정보에 대해서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이들의 목표는 전국 40만 개로 추산되는 배달음식점을 모두 아우르는 것, 나아가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고깃집을 하면서 4형제를 키웠던 부모를 보면서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잘 안다. 김 대표는 “소자본 창업이 대부분이니 적은 돈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마케팅이 절실하지만 실제론 전단을 뿌리는 게 유일한 마케팅”이라며 “모바일을 활용하면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도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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