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장애는 마음의 병

중앙선데이

입력 2011.08.0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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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18면

다이어트와 운동만 열심히 하면 살이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정신의학적 측면으로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음식이 우울한 기분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메가 3 지방산과 타이로신이 풍부한 고기, 생선, 계란을 먹으면 우울증에 좋은 트립토판이 분비된다. 감자, 정제되지 않은 곡물, 바나나, 치즈, 견과류 등도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 울적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달콤하고 기름진 간식이 생각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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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항우울 효과 외에도 비만, 폭식증, 거식증의 식이장애의 근본적인 심리 문제는 복잡하다. 조울증, 불안증, 강박증, 사회공포증 등과 함께 공존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은 경우라면 갈등 상황일 때 식이장애가 악화된다. 식이장애 환자들 중에는 비만의 과거력뿐 아니라, 성폭력을 당했다거나 성장과정 중 학대받은 경험을 숨기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정신적 내상을 음식으로 풀려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관계에 근본적 문제가 있어 음식으로 실랑이를 하거나 서로 속고 속이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복합적인 심리적 문제를 치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단순히 다이어트만 계속하다 보면, 요요현상 때문에 결국 몸무게만 늘어나기 십상이다.

특히 서양 모델같이 마른 체형을 동경하는 한국인들은 자아신체상이 좋지 않아 식이장애를 치료하기가 힘들다. 툭하면 ‘후덕’이니, ‘육덕지다’느니, ‘굴욕’이니 하면서 멀쩡한 몸매를 조롱하는 악플러들 때문에 상처받는 연예인들도 많다. 마른 몸매를 유지하느라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브리트니 머피, 에이미 와인하우스, 캐런 카펜터 같은 스타들의 돌연사는 무리한 다이어트와 관련된 식이장애가 원인 중 하나다. 요즘엔 젊은 여성뿐 아니라 남학생이나 중년 이후에도 식이장애가 발병한다. 그만큼 몸을 보는 사회의 눈이 병들었다는 얘기다.

때가 되면 낫겠지 하고 기다리다 치료 시기를 놓쳐 거식증으로 사망하는 이들도 있다. 목숨을 잃을 정도로 말랐음에도, 그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아상이 왜곡되었으니 대인 관계도 정상일 리 없다. 자신감이 부족해 지나치게 예민하고 소심하거나, 아주 과격하고 냉혹한 태도를 극단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누군가에게 매달리거나, 아주 잔인한 태도로 상대방을 괴롭히기도 한다.

식이장애 환자들은 음식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끊임없이 몸무게를 걱정하면서 강박적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일단 미각, 후각, 시각 등의 신체감각을 발전시켜 먹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포만감을 느끼는 뇌의 중추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고, 음식의 종류도 다양한 것이 좋다. 공허감과 우울,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음식으로 보상하려는 태도를 바꾸고, 음식 이외의 다양한 삶의 재미를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그 뿌리는 과연 무엇인지 알고 그 심리적 올가미를 풀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살아 있는 우리 모두의 몸은 아름답고 세상의 어떤 음식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마음의 병이 다만 그것을 모르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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