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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처럼 빠른 무선...세상이 내 손안에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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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14면

'4G, 와이브로, LTE’'최근 들어 갑자기 자주 눈에 띄는 단어다. 여기저기 광고도 쏟아진다. 세대가 달라졌다느니, 상전벽해가 되느니 말도 많다. TV를 생각해 보자. 1977년 4전5기의 신화를 낳은 홍수환 선수의 감동적인 권투 경기는 각 가정에서 흑백TV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인 80년 컬러TV 방송이 시작되면서 커다란 도약이 이뤄졌다. 흑백TV와 컬러TV의 차이는 소박한 밥상과 잘 차려진 잔칫상만큼 큰 차이가 난다. 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을 우리는 생생한 화면으로 즐기게 됐다. 이처럼 세대를 뛰어넘는 도약은 새로운 경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동통신 4G 시대

되짚어 보면 우리 곁에 이동통신이라는 게 나타난 지 25년이 됐다. 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아날로그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의 이동전화는 지금의 휴대전화처럼 자유롭게 개인이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웠다. 그래서 주로 자동차에 붙여 사용하는 차량 전화 서비스였다. 이로부터 몇 년 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CDMA 방식이 나오면서 휴대전화는 우리나라 인구 수만큼 대중화됐다. 1세대(1G) 아날로그에서 2세대(2G) 디지털로의 변화는 VTR 테이프에서 DVD 영화로의 진화에 비유할 만한 진화였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기술 덕에 단말기 무게에서부터 통화 품질, 이동성에서 큰 차이가 났다.

누구나 쉽게 이동통신을 사용하게 되면서 휴대전화가 제공하는 기능은 음성통화뿐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 전송을 이용한 신규 서비스로 확대됐다. 3세대(3G) 이동통신의 등장이다. 일반인들이 가장 친숙하게 느껴지는 디지털 기술의 하나로 음악을 들 수 있다. 흔히 ‘MP3’로 불리는 디지털 음원 말이다. 휴대용 MP3플레이어는 최근 수년 사이에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휴대전화의 기본 기능으로 MP3 음악 듣기가 포함되면서 굳이 별도의 기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바로 이런 음악과 휴대전화의 ‘디지털 컨버전스(여러 기술을 묶은 융합 제품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MP3뿐 아니라 사진을 포함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인터넷 검색, 영상통화 같은 다양한 기능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이용자들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PC와 비슷한 아이콘을 눌러 전자메일도 보고, 인터넷도 하며, 신문 기사도 읽는다. 몇 년 만에 이동전화 이용 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이동통신에서 ‘세대’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소 얼마 이상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막연히 ‘좋을 것이다’는 수준 이상의 변화를 가져온다. MP3를 다시 생각해 보자. 휴대용 MP3플레이어는 기기 내부의 저장장치에 넣어 둔 음악파일을 불러다가 재생한다. 노래 한 곡당 3메가바이트(MB) 내외의 데이터 용량을 가진 일반적인 MP3를 재생한다면 초당 2만2000바이트(22kB)의 데이터를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3G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는 이보다 빠르다. 휴대전화에 음악파일을 넣어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듣고 싶은 음악을 바로 검색해 자연스럽게 전송과 동시에 재생(스트리밍)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멜론이나 도시락 같은 국내 이동통신 업체의 음악 서비스를 생각하면 된다. MP3 파일을 재생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해 줄 수 있게 해 주는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음악 전송과 동시에 감상하는 게 이제는 손쉬워진 것이다.

이처럼 향상된 데이터 전송 능력은 고성능 기기와 만나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한다. 일례로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왓츠앱 같은 인터넷 기반 무료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를 보자. 전에는 데스크톱 PC나 노트북이 있어야 가능했던 실시간 메시지 및 콘텐트 전송을 이제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다. 업무에 있어서도 언제, 어디서나 회사 인트라넷과 연결해 결재 문서를 주고받는 모바일 오피스로 발전했다. 3G 통신망이 없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택배 서비스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휴대전화는 이제 MP3나 동영상 감상 같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서의 역할과 함께 인터넷·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해 현실과 네트워크 세상과의 연결고리로 진화하고 있다.

4세대(4G) 이동통신의 등장은 이 같은 변화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와이브로나 LTE 같은 4G 이동통신의 능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3세대 이전은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 화면을 채울 정도의 데이터 전송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초당 영문자 1억 자(100Mb)를 보낼 수 있는 4G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4G는 지금 광케이블로 컴퓨터에 연결한 100메가 초고속인터넷망을 휴대전화에 무선으로 연결했다고 보면 된다. 영상을 예로 들면 HDTV급의 내용을 전송받으면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이동전화가 HDTV급의 대형 화면이 있을 리 없다. 즉 이동전화는 데이터만을 전송해 주는 기기로 동작하며, 여기에 HDTV를 연결하면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도 고화질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지금 지상파 방송국이나 케이블방송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인터넷TV(IPTV)가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변화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함께 올 것이다. 클라우드는 기기마다 데이터를 저장해 놓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콘텐트를 인터넷에 올려 두고 필요할 때마다 내려받아 즐기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3G의 속도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활용했다. 하지만 와이파이는 수십m 반경의 접속지점(AP)을 벗어나면 끊기는 게 문제다. 이동성에 제약이 있는 것이다. 시속 100㎞로 이동하면서도 와이파이 속도를 내는 4G망이 갖춰지면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구글·애플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클라우드를 차세대 서비스의 핵심으로 들고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KT·LGU플러스 등 이동통신 업체와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스타트렉’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선글라스처럼 생긴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문서와 영상을 보면서 음성이나 손짓으로 검색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몇 년 뒤 4G가 보편화되면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영화 속의 장면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오프라인의 실제 공간이 초고속 이동통신을 통해 네트워크상의 사이버스페이스와 하나로 통합되는 세상. 막 발걸음을 떼는 4G 이동통신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멀지 않은 미래다.

와이브로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차세대(4G) 이동통신 규격이다. 해외명은 모바일 와이맥스. 현재 상용화된 와이브로 웨이브2는 최고 46Mbps(초당 영문자 4600만 자 전송)의 속도를 낸다. LTE보다 2~3년 정도 도입이 빨라 유선 인터넷과 3G 이동통신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동유럽·남미·북아프리카 등에서 많이 채택했다. 와이브로망을 갖추면 음성 통화와 데이터 통신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LTE 롱텀에볼루션(LTE)의 약자로 기존 유럽식 3G 방식인 WCDMA를 개선한 4G 규격이다. 상용화는 와이브로보다 늦었지만 현재 서비스 속도는 최고 75Mbps로 두 배 정도 빠르다. 하지만 와이브로나 LTE 모두 이동하면서 100Mbps 데이터 속도를 내는 진정한 의미의 4G에는 조금 못 미친다. 그래서 3.9G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정한 4G인 ‘와이브로 에볼루션’과 ‘LTE 어드밴스트’는 2013년 이후 상용화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4G 시장의 70~80%를 LTE가, 나머지를 와이브로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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