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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려면 배우자와 함께 즐기면서 투자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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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22면

대기업에 다니는 J씨(47). 20년 전, 결혼하자마자 6개월 만에 신혼집을 팔아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2001년에 학위를 마치고 10년 만에 귀국했지만 집을 다시 장만하기에는 가지고 있던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양가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서울 흑석동의 전셋집(임대보증금 9000만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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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에 1년 정도 살다 보니 J씨 부부는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집 장만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부의 의견 차이가 상당했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결국 좀 무리가 되더라도 대출금을 끼고 내 집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02년 당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80%까지 가능했었기에 서울 서초동 우성아파트를 2억7000만원(36평형)에 매입했다. 대출이자는 부담스러웠지만 내 집 마련에 성공한 J씨 부부의 기쁨은 그 이상이었다. 배우자와 함께 고민하고 즐겁게 내 집 마련에 나선 결과였다.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에 대출금(2억1000만원)도 전부 갚을 수 있었다. 그 뒤 아파트 가격은 8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2009년 8월, J씨 부부는 며칠을 또다시 고민한 끝에 우성아파트를 매도하고 한강변에 있는 한신3차 아파트로 갈아탔다. J씨 부부는 갈아타기 전 서로에게 잘 될 것이라고 수십 번씩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또한 중개업소나 현장 방문은 언제나 같이 다니면서 상대방이 미처 못 보고 간과하는 것을 꼼꼼하게 챙겨주었다.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아파트 갈아타기에 성공했다. 매도한 우성아파트는 가격이 1억2000만원이나 떨어졌는데, 갈아탄 한신3차 아파트는 오히려 올랐다. 재건축이 끝나면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자가 ‘되어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든 투자의 과정을 배우자와 함께한다는 것이다. 늘 배우자와 대화를 해 의견 차이를 좁혀나간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를 격려하며, 목표를 세우고 함께 도전하며 꿈을 이뤄나간다. 또 시장조사부터 계약을 마칠 때까지 배우자의 단점을 서로 보완해준다. 그러나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배우자와 함께하지 않는다. 배우자가 의견을 얘기하려고 하면 무시하기 일쑤다. 반면 다른 사람들의 얘기는 철석같이 믿고 따른다. 고의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항상 배우자와 의견을 달리하며 배우자를 배제한 채 단독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실행에 나선다.

내가 만나본 수많은 부동산 고수들의 경험에 따르면 배우자와 함께하지 않는 투자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고, 실패에 따른 고통은 더 크고 아프다는 것이다. 수많은 투자종목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가장 치열한 적자생존의 정글이다. 이런 위험한 시장에서 가장 든든한 조력자는 바로 배우자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K씨 부부의 목표는 결혼 5년 안에 집을 장만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실천 방법을 세웠다. 우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신용카드를 전부 폐기하고 현금으로만 사용했다. 현금을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과소비에 따른 지출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외식금지였다. 아침·저녁은 반드시 집에서 해결했다. 정말 상당한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자동차를 처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차량 유지비에 들어가는 지출을 과감하게 줄였다. 이 모든 과정을 빠트리지 않고 가계부를 쓰며 지출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했다.

결과는 엄청났다. 1년이 지나고 2년 차 결산을 하면서 K씨 부부는 깜짝 놀랐다. 연소득의 70%를 저축하고 있었고 2년 만에 1억1000만원의 종잣돈을 모았기 때문이다. 결국 K씨 부부는 2005년 서울 서초동 신동아 아파트(82A㎡)를 4억2000만원에 장만했다. 전셋돈을 보태고 대출금(8000만원)을 받았다. 1978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분명 재건축 후에는 돈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아직 재건축은 안 됐지만 7월 말 현재 6억4000만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정글과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조금이나마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항상 배우자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조차 “누구나 전쟁을 계획할 수는 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하지 않았는가. 부자가 되기를 꿈꾸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배우자와 함께 계획하라. 그리고 함께 실행하라. 부동산 투자 계획을 세울 때 배우자와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자 동의 없이 혼자서 결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부자들은 왜 배우자와 함께 즐기면서 투자하는 걸까. 부동산은 그 어떤 투자보다도 큰 돈이 들어가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전 자산의 80~90% 정도를 움직여야 한다. 배우자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당신의 배우자는 경계의 대상이 아니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순치보거(脣齒輔車·입술과 이빨,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같이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관계)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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