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둔화돼도 유동성 위축 염려 없어

중앙선데이

입력 2011.08.0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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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22면

4일과 5일 글로벌 증시는 세계 금융위기 하락세의 끝자락이었던 2009년 2월 이후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 한 주간 뉴욕 증시가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두 가지 기록을 나타낸 것이다. 바로 2008년 7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와 그해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시장에 특별한 악재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세계 경제가 더 나아질 게 없는 반면,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지 모른다는 시장참여자들의 인식 확산이 최대의 악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지금 세계 금융시장을 덮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부채(Debt)’일 것이다. 잊을 만하면 부각되었던 유럽 재정위기와 항상 잠재적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규모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들이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부채 문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 기회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5일 세계의 유동성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의미 있는 기사 하나가 블룸버그에 게재되었다. 세계 최대의 수탁(Custody) 은행인 뉴욕 멜론은행에서 5000만 달러 이상의 예금에 대해 0.13%의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25년 만의 일이다.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미국 내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0.13%의 비용을 지불하며 예금을 할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다. 자연히 이 자금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디로든 흘러들어가게 마련이다.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시장에 머물겠지만 장기적인 회복 흐름하에선 다시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종료 및 중국의 긴축 정책 등으로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미국 정부는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는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 또한 159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금융구제안을 통과시키는 등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자금을 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있지만, 유동성이 위축될 염려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선진국이 ‘부채’라는 안개에 덮여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불확실성하에서는 위험 관리 아래 선별적 투자와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 요인을 찾는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선진국과 이머징 지역의 차별화된 성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모두 부채 문제를 겪고 있고 경기의 흐름도 여전히 부진한 반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 지역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은 선진국보다 이머징 지역으로 향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국가 경제 차원의 성장보다는 산업 혹은 개별 기업 차원의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부채 문제가 걷혀지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제지표보다 산업 및 기업의 본질인 ‘성장 경쟁력’에 집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화학제품의 천연자원 대체라는 산업의 큰 트렌드 변화 과정 속에 있는 화학 산업, 이머징 지역의 경제 성장 동력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는 에너지 산업,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 문제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애플과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며 성장해나가는 기업이 해당될 것이다. 스마트폰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등 모바일 인프라 구축이 완료돼 가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성장이 기대되는 유료 콘텐트, 게임 등이 성장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머징 통화의 강세라는 흐름 속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산업 혹은 기업이 있다. 원화 강세 기조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강세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의 본질인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가려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구재상(47)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창업 공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32세 때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최연소 지점장으로 서울 압구정지점을 맡아 단숨에 전국 지점 수익률 1위로 올려놨다. 미래에셋의 간판 펀드인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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