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콩 코앞 헝친다오에 ‘제2 홍콩’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중국이 홍콩 코앞에 ‘제2의 홍콩’을 개발한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마카오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 헝친다오(橫琴島)에 관세·금융·부동산 개발 특혜를 부여하는 헝친다오신구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홍콩 동방일보(東方日報)가 5일 보도했다. 2015년 완공되는 주강아오 대교를 통해 홍콩과 차량으로 30분 만에 연결되는 거리에 또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 헝친다오를 관광휴양, 비즈니스 서비스, 금융서비스, 첨단기술 산업 단지로 키운다는 청사진이다.

 중국 밖 자금을 빨아들이기 위해 규제를 줄이고 인센티브는 늘렸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해외에서 헝친다오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세관통관 절차가 면제된다. 당연히 수입관세도 면제된다. 단 헝친다오에서만 유통된다는 조건 아래서다.

 헝친다오에 입주한 기업에는 부가가치세와 소비세가 면제되며 일정한 자격을 갖춘 회사들은 법인세의 15%를 감면받게 된다.

 헝친다오 개발 목표는 단연 국제화다. 광둥성 선전(深?)이나 주하이를 특구로 개발해 시장화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국제화 수준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규모와 접근성을 갖춘 헝친다오를 적극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마카오의 3배 면적(106㎢)인 헝친다오는 2009년 8월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경제개발구로 지정 받았다. 경제개발구로 지정되면 세제 등 혜택뿐 아니라 중앙 정부의 예산으로 주요 인프라가 깔려 해외 투자 유치가 용이해진다. 당장 광둥성과 주하이시 정부는 총 726억 위안(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해 헝친다오를 2020년까지 인구 28만 명, 국내총생산(GDP) 560억 위안의 초현대식 도시로 탈바꿈시킬 방침이다. 단순 제조업 기지가 아니라 주거와 생활이 함께 이뤄지는 자족형 개발구로 육성한다는 구상에 따라 거주·상업 단지 외에 대규모 테마파크도 들어설 예정이다. 명문 마카오 대학의 새 캠퍼스도 헝친다오 동쪽에 둥지를 틀 계획이다.

 헝친다오는 홍콩·마카오와 광둥성의 광저우(廣州)·선전·주하이 등 주요 도시를 묶는 주장(珠江)삼각주 경제 클러스터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섬은 주하이 남부와 마카오 중간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주장삼각주 통합의 핵심 요충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헝친다오 개발이 급물살을 타면서 바다 건너 홍콩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대륙에 대한 접근성과 현대화된 각종 시설 및 인력을 무기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면 중국의 관문으로서 홍콩의 입지가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방일보는 “헝친다오 개발로 지지부진하던 선전시와 홍콩 접경 지역의 허타오(河套)합작개발안이 빠르게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과 선전은 최근 허타오에 첨단 산업단지와 의료·고등교육 단지를 개발하기로 하는 합작의향서에 사인했다. 선전과의 인적·물적 통합을 가속화해 규모의 경제로 광둥성 도시들의 도전을 뿌리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