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 읽기] 호기심에 … 돈 욕심에 … e세상을 창조하다

중앙일보

입력 2005.03.18 17:01

업데이트 2005.03.19 09:41

지면보기

종합 25면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

강태훈 지음, 궁리

303쪽, 1만원

'인터넷 세상의 문을 연 사람들의 이야기'가 부제다. 하지만 인터넷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책은 아니다. 인터넷을 낳게 된 배경을 사회.과학기술.군사 등 아주 다양한 측면에 걸쳐 복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를테면 인터넷이라는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어댄 그 숱한 '소쩍새'들의 사연을 폭넓게 담은 책이다. 지은이는 월드와이드웹 기술의 탄생과 확산을 중심에 놓고 20세기 과학과 사회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 톺아보기를 시도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의 역사를 흐름 순이나 인물 위주로 다룬 여느 책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사실 인터넷을 누가 발명했는지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다. 지은이는 작은 돌멩이가 하나하나 모여 완성된 돌탑쯤으로 여긴다. 수많은 사람이 한 조각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다른 사람은 이를 보다 나은 것으로 개량하고, 또 다른 이는 이를 더 널리 퍼뜨리는 등 수많은 사람의 머리와 손과 발이 동원된 노력이 하나하나 쌓여 드디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금자탑을 이뤘다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모든 사람이 고결하고 숭고한 목적으로 인터넷 건설 작업에 참가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호기심 충족을 위해, 때로는 이익을 챙기려고 한 일이 결과적으로 인터넷의 탄생이 기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연구기관이 예산을 타내려고 한 작업이 인터넷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을 증명하는 사례들로 가득하다. 연구소의 창고에 처박혀있던 마우스 등을 컴퓨터의 입력기기로 실용화한 애플사 사람들의 과감한 발상 등 인간 창의력에 얽힌 드라마가 중간중간에 숨어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레이더 장비 주변에 있던 초콜릿 바가 잘 녹는 것을 유심히 본 기술자가 극초단파로 가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해 전자레인지를 발명하게 됐다는 일화 등 과학기술에 대한 온갖 자질구레한 일화도 눈길을 끈다.

공대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컨설턴트로 일하는 지은이는 한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호기심을 고루 채우며 살아왔다는 자칭 '제너럴리스트' 저술가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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