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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박인비·최나연 선두 그룹 … 함께 가자 LPGA 100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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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여자골프의 상징인 박세리가 8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다. LPGA 투어 100승을 자신의 힘으로 하겠다는 박세리는 브리티시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잡으며 64타를 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커누스티 AP=연합뉴스]


박세리(34)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 오픈을 앞두고 “이왕이면 내 손으로 한국의 LPGA 투어 100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박세리보다는 신지애(23·미래에셋), 최나연(24·SK텔레콤), 김인경(23·하나금융) 등 박세리 키즈의 가능성이 더 큰 듯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상징인 박세리는 한국(계) 선수의 100승 기념비에도 자신의 이름을 새기겠다는 의지가 굳건했다. 그동안 잠잠했지만 가장 중요한 대회에서 그 이름에 걸맞은 불꽃샷을 때렸다.

 29일 오후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링크스(파72·6490야드)에서 시작된 브리티시 여자 오픈 둘째 날 박세리가 8언더파를 쳤다. 첫날 이븐파를 친 그는 중간 합계 8언더파로 30일 0시30분 현재 10언더파 선두인 박인비(23)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 투어 개인 26승째를 기록한다. 박세리는 이 대회와 인연이 깊다.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첫 해인 2001년 이 대회 챔피언이었다. 박세리는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브리티시 오픈의 우승을 노린다.

 최근 박세리는 이런 말을 했다. “그냥 갈 수는 없잖아요. 한국 후배 선수들이 귀여워서 자주 같이 밥을 먹는데 동생들은 엄청 먹기만 하고 도통 돈을 내지 않아요. 그 밥값 내기 위해서라도 돈 많이 벌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농담이었으나 자신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박세리 키즈에게도 이기고 싶다는 뜻이었다. 박세리는 “박세리 키즈에게 이기기 위해서 동생들에게 배울 것은 배우겠다”고 말했다.

 박세리 키즈 중 한 명인 박인비도 이날 박세리와 똑같이 8언더파를 쳤다. 전날 2언더파를 합해 단독 선두다. 또 다른 박세리 키즈 최나연은 8언더파 2위다. 박세리와 박세리 키즈가 대결하는 형국이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가 이날 6타를 줄여 7언더파 5위다. 첫날 7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이미나(30·KT)는 4번 홀까지 1타를 잃었다.

 대회가 열리는 커누스티는 어렵기로 유명하다. 악마의 발톱이라는 별명이 붙은 코스다. 남자 선수들은 이곳에서 열리는 디 오픈에서 엄청나게 고생을 한다. 그러나 조직위는 여성들을 위해서 코스의 발톱을 모조리 잘랐다. 남자 대회보다 전장을 1000야드 정도 줄여놨고 기준 타수는 71에서 72로 늘렸다. 러프는 짧게 깎고 그린은 공을 잘 받아주도록 부드럽게 만들었다. 마침 바람까지 불지 않아 코스는 선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미나는 “비는 좀 왔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스코어를 내기에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신지애도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중간합계 3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가 30일 대회 3라운드는 오후 11시부터, 31일 최종 4라운드는 오후 9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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