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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가 깃들여 사는 곳인 몸, 규격 제품으로 고쳐야 옳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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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몸에 갇힌 사람들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창작과비평
292쪽, 1만5000원

‘일찍 시작하고, 자주 시행하라.’ 독서 캠페인의 문구일까. 아니면 헬스클럽 벽면에 붙어있는 표어일까. ‘몸의 심리학자’로 불리는 수지 오바크(65)에 따르면 성형외과의사들이 외는 오싹한 주문이다. 성형수술이 소비재가 되고, 휴가와 비슷한 특별한 여흥이 된 오늘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는 경고한다. “(몸의 결함을 끝도 없이 찾아내는) 우리는 머지않아 무시로 신체가게에 들러서 방광, 자궁, 인조망막, 뇌세포 이식물 등을 교체하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내놓는다. 몸은 이제 우리가 제조하고 창조해야 할 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건 다양한 ‘몸들’이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단 하나의 표준화된 ‘몸’만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젊은 세대가 제가 깃들여 자란 몸을 버리고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으로 다듬어진 완벽한 이미지, 서구화된 몸을 좇는 탓에 전통사회의 미적 선호는 사라지고 천편일률적 인간만 늘어나게 됐다. 그런 표준 몸매를 만들려 전쟁터가 된 몸에서는 안정을 찾을 수 없다. 1978년 출간한 『비만은 페미니즘의 주제다』에서 전염병처럼 여겨지는 비만이 육체적 문제만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라는 점을 지적해 ‘안티 다이어트’의 원조가 된 오바크는 독자 모두에게 몸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간청한다. “몸을 우리가 달성해야 할 열망이 아니라 우리가 깃들여 사는 장소로 바꿔야 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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