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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내비게이션] 주변 탐문, 암행 조사, 현미경 면접 … 숨은 ‘보석’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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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찾아 삼만리’.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맞는 인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고 있다. 이를 위해 변화도 서슴지 않는다. 서류심사와 면접 위주에서 벗어나 학교 현장 실사, 지원자 주변인물 탐문, 대학전공 체험기회 부여, 학부모·고교교사·대학동문으로 면접관 구성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선발방법에 동원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생이라면 그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입시를 준비하는 한 방법이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건국대가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학과체험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재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행사에서는 진로·심리·전공소양 검사, 동아리 체험 등이 진행됐다. [김경록 기자]

입학사정관 전형 면접 대상이 지원자에서 지원자의 주변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원자의 지도교사, 학교장, 심지어 교내·외 친구까지 모두 해당된다. 지원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지원자의 잠재력을 파악하기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양대는 지난해부터 암행어사 조사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지원자 몰래 지원자의 지인들을 찾아가 지원자에 대해 물어본다. 지인들은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추천서·포트폴리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한양대 한호철 입학사정관은 “지원자가 내세운 활동의 진위와 적극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며 “진학실적을 염두에 둔 담임교사나 교장은 배제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KAIST)는 지원자의 고교를 방문해 교장·담임교사·지원자를 상담한다. 교장에게선 학교의 학업수준과 교육과정 특징을, 담임교사에게선 지원자를 지도한 느낌 등을 캐낸다. 지원자에 대한 자료가 백과사전 2권 분량에 이른다. 카이스트 윤달수 입학사정관실장은 “교육과정을 잘 이수할 수 있는 지원자를 선별하기 위해 다각적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 면접관을 기업인·교수·연구원·공무원 출신 동문 140여 명으로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2인 1조가 돼 6, 7월 동안 전국 771개 고교를 방문해 현장면접을 벌였다.

 입학사정관 전형 면접체험을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예비지원자를 포섭하기 위한 발걸음이다. 수백 명을 심사해야 하는 대학들은 합숙 면접으로 진행한다. 특강·토론·발표·독서 등 학습태도를 심사하는 과제도 부여한다. 지원자들을 비교할 수 있고, 관심사항이나 학업수준 등의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동국대는 지난 1월 입학사정관 전형 모의체험을 진행했다. 추천 받은 전국 고 2, 3학년 진급예정자 105명을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이 서로를 관찰·평가하고 입학사정관들이 총평을 했다. 포트폴리오 작성, 교수 특강 등 진로탐색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동국대 손선열 책임입학사정관은 “서울·경기지역을 뺀 지방 고교에 체험기회를 제공했다”며 “올 겨울엔 도서·벽지 고교생 100여 명을 캠퍼스로 초청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도 7월과 1월에 2대 1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전반기에만 12개 고교 500여 명을 면접했다. 순천향대 정진국 입학사정관은 “고교가 원하면 사정관이 찾아가는 모의전형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고교생 1일 대학생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공별 교수와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이 동행하며 조언해준다. 울산과학기술대·전주대·조선대·한양대 등도 전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진학·진로 탐색기회를 제공한다.

 대학전공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대학 홍보는 물론 수험생을 포섭하는 방편으로 대학들마다 앞다퉈 개설하고 있다. 건국대는 고2를 대상으로 지난해 286명에게 7개 학과를, 올해 280명에게 8개 학과를 체험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건국대 정소영 입학사정관은 “진로·심리·전공소양을 검사하고, 동아리를 체험하는 전공탐색 프로그램도 함께 가동해 전공 선택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대는 전공별 재학생과 수험생을 멘토·멘티로 짝 지어주고 심리·적성검사를 병행해 전공선택을 돕고 있다. 순천향대는 전공분야의 교수와 만나거나 대학 강의를 듣는 체험을 제공한다. 전주대도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탐색하고 특강을 듣는 자리를, 한양대는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과의 만남을 마련하고 있다. 건국대 김기덕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대학 입장에선 신설학과와 지원혜택을 알리고 예비지원자를 유치하며, 수험생은 진학·진로를 체험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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