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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 10m 앞 송전탑 … 순천만 공사장 아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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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조성 현장. 15만4000V의 고압전선을 받치는 송전탑 바로 앞에서 작업 중인 굴삭기가 불안해 보인다. [프리랜서 오종찬]


24일 오후 전남 순천시 풍덕동 ‘2013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공사장. 흙을 가득 실은 덤프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현장에 있던 굴삭기는 트럭이 쏟아낸 흙더미를 고르느라 부지런히 바스켓을 놀렸다. 하지만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불과 10m 앞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굴삭기는 제자리를 빙빙 돌며 작업할 뿐 더 이상 송전탑 쪽으로 향하지 못했다. 박람회장 땅을 높이는 성토작업이 송전탑에 막힌 것이다. 최덕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은 “송전탑 이전 공사가 지연되면서 사고 위험이 크고, 박람회장 조성 일정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1년8개월 앞으로 다가온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준비가 송전탑에 발목을 잡혔다. 순천시는 3월28일 박람회장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박람회 주요 시설이 들어설 곳의 공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 부지 한복판에 높이 25m의 송전탑 5개가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송전탑들의 15만4000V 전선은 땅에서의 높이가 6~7m에 불과해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다. 한국전력은 고압전선이 지나는 지역의 공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람회장 부지 중 핵심 2만4000㎡의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람회장 건설을 맡은 남흥건설의 김용근 소장은 “송전탑으로 인해 중장비의 출입이 어려운 데다 무더위로 전선까지 많이 늘어져 사고가 날까 봐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송전탑 이설이 끝나야 조경과 건축 공사를 할 수 있는데 공정이 늦어져 큰 일이다”며 걱정했다.

 순천시는 송전탑을 이설하기 위해 한전과 협의해 왔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고압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공사의 설계는 물론 예산 확보가 안 돼 발만 구르고 있다. 선로 지중화 작업의 표준 공사기간은 2년이다. 지중화 공사 후 그 위에 건축물을 지으려면 최소한 2년 이상 걸린다는 얘기다. 박람회 개막은 1년8개월 가량 남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시는 선로 지중화 사업비 135억여 원 가운데 50%를 부담해 달라고 한전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3월에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범시민회의의 진정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시는 6월30일 선로 지중화 설계비 2억1450만원을 집행했다. 일단 시비로 설계한 뒤 지중화 사업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비를 한전과 공동 부담하는 문제는 녹록하지 않다. 한전이 분명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설비의 이설 원인을 제공한 자가 모든 공사비를 부담한다”는 전기사업법 72조와 내부규정을 근거로 사업비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전력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한전이 송전선로 이설 사업비를 부담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령에 의해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뿐인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최경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2013년 4월20일부터 10월20일까지 순천만 일원에서 열린다. 총 152만㎡의 박람회장에는 미주·유럽·아시아 각국의 전통 정원과 수목원·국제습지센터·저류지공원 등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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