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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의 무덤, 한국여자 100승의 땅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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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세리(左), 신지애(右)


한국 여자 골퍼들이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묶었다.

 LPGA 투어에서 99승을 기록 중인 한국(계) 선수들이 알프스에서 100번째 샴페인을 터뜨리는 데 실패했다. 24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알프스인 에비앙-르뱅에서 벌어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챔피언 트로피를 들었다. 김인경(23·하나금융)과 홍란(25·MU스포츠)이 최종라운드에서 선두 미야자토(15언더파)를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역전에는 실패했다.

김인경은 12언더파 공동 3위, 홍란은 11언더파 공동 6위, 안신애(21·비씨카드)는 10언더파 공동 9위, 신지애(23·미래에셋)는 7언더파 공동 17위로 마무리했다.

 이번에 우승을 놓쳤지만 100승에 걸맞은 대회로는 28일 열리는 대회가 더 멋지다.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 여자 오픈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스코틀랜드의 카누스티 골프장에서 열린다.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라이벌 코스다.

 한국 선수들의 행로는 두 갈래로 갈린다. US여자 오픈과 에비앙 마스터스에 초청됐던 국내파 선수들은 한국으로 돌아온다. 브리티시 여자 오픈은 관례에 따라 별도의 초청이 없기 때문이다. 출전하려면 예선전을 치러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US여자 오픈 우승자인 유소연과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선전한 홍란, 안신애 등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탄다.

 LPGA 투어 카드를 가진 한국 선수들은 도버해협을 넘어 스코틀랜드로 간다. 고난의 행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누스티 골프장은 남자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코스 중에서도 가장 험난한 코스다. 남성적인 코스이기 때문에 여자 대회는 잘 열리지 않는데 이번에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 코스를 개방했다. 바람도 매우 강한 코스로 꼽힌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김인경은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어렵기로 손꼽히는 코스이니 인내심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상징인 박세리(34)는 “다 똑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누가 끝까지 악조건을 버티느냐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어서 100승 달성이 오래 걸리지 않을 텐데 이왕이면 내가 브리티시 오픈에서 통산 100승의 이정표를 직접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있다. 박세리는 2001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 선수 중 거리가 가장 많이 나는 편이기 때문에 남성적인 코스에서 한 번 겨뤄볼 만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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