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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가다 잠드는 병(病)이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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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다. 물을 마신다, 대화를 나눈다. 밥을 먹는다. 각각의 다른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은 뭘까? 희안하게도 ‘잠’이다. 잠은 시간과 장소, 행동 등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심해지면 병이 된다. 이를 '기면병'이라고 한다. 이 병에 걸리면 밤에 충분히 자도 주체할 수 없이 잠이 밀려온다.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이 힘들어지면서 삶의 질도 떨어진다. 운전사·미용사 등 서비스업 종사자가 기면병에 걸리면 아찔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기면병 환자는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고서야 안다.

기면병은 뇌 특정 부위에 문제가 생겨 낮잠을 조절할 수 없는 수면질환이다. 뇌 깊숙한 곳에는 체온·식욕·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있다. 여기서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는 “기면병 환자들은 하이포크레틴 분비가 적어 낮에도 잠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기면병 환자는 하이포크레틴 분비량이 일반인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인 경우도 있다.

기면병 환자 수는 세계적으로 2000명에 1명꼴이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기면병 환자는 인구의 약 0.5%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기면병은 15~25세쯤 가장 많이 발생한다.

기면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조명이 꺼진 것처럼 일순간에 잠이 드는 ‘주간졸음증’이다. 웃고, 화내고, 흥분하는 심경의 변화가 생기면 연체동물처럼 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 ‘탈력발작’도 환자의 70%에서 나타난다.

‘가위눌림’으로 알려진 수면마비와 환각증상도 30~40%에서 관찰된다. 수면마비는 잠 들 때나 깰 때 정신은 또렷한데 몸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야간에 7시간 이상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심한 졸음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기면병을 의심해야 한다. 낮에 잠드는 시간이 평균 8분 미만이고, 잠들자마자 꿈을 꾸는 렘수면(REM sleep)에 2회 이상 나타나면 기면병이다. 기면병이 없는 사람은 첫 꿈을 꿀 때까지 약 80~90분이 걸린다.

기면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밤잠을 잘 자기 위한 ‘수면위생수칙’과 치료제 복용으로 개선할 수 있다.

수면 위생수칙은 잠들기 5시간 전 30~40분간 땀 흘려 운동하기, 하루 8시간 이상 수면하기,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기 등이다. 낮에 졸리면 짬을 내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상 후 약 5시간 간격으로 15~20분 정도 낮잠을 청한다.

홍승봉 교수는 “수면위생수칙으로 졸림증 개선 효과가 없으면 치료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면명 치료제는 뇌의 시상하부에만 작용해 하이포크레틴 호르몬의 역할을 대신한다. 하루 한 알 복용으로 12시간 동안 주간 졸림증을 개선한다. 잠을 쫓는데 사용하는 각성제가 있지만 뇌 전체에 영향을 줘 초조, 안절부절, 금단증상 등 부작용을 부른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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