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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 400m, 의족 낀 피스토리우스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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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피스토리우스가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그나노에서 열린 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45초07을 기록한 그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했다. [리그나노 AP=연합뉴스]

그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꿈이 실현됐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가 다음달 27일 대구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을 눈앞에 뒀다. 그는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그나노에서 열린 국제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45초07의 기록으로 세계선수권 A기준 기록인 45초25를 통과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각 종목의 나라별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를 최대 3명으로 제한한다. 남아공의 경우 남자 400m A기준 기록 통과자는 아직까지 L J 반 질(44초86)과 피스토리우스 2명뿐이다. 피스토리우스가 대구에 온다면 메이저 육상대회에서 비장애인 선수와 경쟁한 첫 번째 장애인 선수가 된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양 다리에 종아리뼈가 없었다. 결국 생후 11개월 만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하늘은 종아리뼈 대신 그에게 강한 의지와 승부욕을 줬다. 의족으로 두 다리를 얻은 피스토리우스는 초·중·고 시절 럭비·테니스·워터폴로·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다. 18세이던 2004년 그는 럭비를 하다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이때 그에게 다음 생에서나 가능할 법했던 육상 선수라는 운명이 찾아왔다. 달리기로 재활을 하던 그가 육상의 재미에 빠진 것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그는 트랙 위에서 금방 빛났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2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 그는 2007년 100·200·400m에서 장애인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했다. 장애인 육상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자 그는 비장애인과의 대결을 선언했다. 2007년 7월 골든 갈라 대회 400m에서 비장애인과 첫 대결을 펼쳐 46초90의 기록으로 조 예선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IAAF는 2008년 1월 “의족을 사용하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피스토리우스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피스토리우스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CAS는 그해 7월 IAAF의 판단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길은 열렸지만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A기준 기록(45초55)에 0.7초 모자라 출전은 못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날 A기준 기록을 넘어선 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꿈 같은 레이스였다. 자고 일어나 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고 했다. “나는 달리기로 세상의 벽을 뛰어넘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피스토리우스. 그의 또 다른 도전이 다음달 대구에서 시작된다. 

김종력 기자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

■ 국적 : 남아프리카공화국
■ 생년월일 : 1986년 11월 22일
■ 체격 : 1m86㎝·81㎏
■ 별명 :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 주요 경력 :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육상 남자 T44(절단 및 기타장애) 100m·200m·400m 금메달,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육상 남자 T44 200m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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