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와의 네트워크를 찾았다.”
정태영(사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의 말이다. 그는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MoMA)에서 최고의 귀빈 대접을 받는다. 글렌 로리 MoMA 관장의 방에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후원자 중 하나다. 현대카드가 2006년부터 MoMA를 후원하면서 신뢰를 쌓은 덕분이다. 그런데 로리와 막역한 사이가 되자 정 사장도 놀란 변화가 생겼다.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부터 월가의 골드먼삭스·UBS의 최고경영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살림의 달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까지 거느린 마사 스튜어트와 알게 된 것도 MoMA 후원회에서였다.
그는 “뉴욕에서뿐 아니라 파리와 런던에 가도 MoMA 후원자라면 주류사회에서도 인정해 준다”며 “선진국일수록 문화마케팅의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일(현지시간)에도 MoMA의 기획전 ‘톡 투 미(Talk to me)’ 언론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세계 3대 현대미술관답게 이번 기획전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가 금융상품에 디자인을 처음 접목시켜 관심을 끈 것처럼 이번 전시도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후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가 MoMA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2006년이다. 처음엔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MoMA의 전시 담당부서는 아예 접촉도 불가능했다. 대신 기념품코너와 접촉해 MoMA 온라인 숍을 독점 운영한 게 첫걸음이었다. 2년 동안 신뢰를 쌓자 2008년 한국에서 MoMA 최초의 전시 ‘디자인 : 일상의 경이’를 후원할 수 있었다. 2009년엔 ‘데스티네이션 서울(Destination: Seoul)’ 전시를 통해 한국 신예 작가 30여 명의 디자인제품을 이 미술관 디자인 스토어를 통해 미국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카드의 ‘진정성’에 MoMA는 특별한 답례를 하기도 했다. MoMA 매표소에서 현대카드를 내밀면 세 명까지 무료 입장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본래 후원기업 직원에게 주는 혜택인데 현대카드가 한국 회사라는 점을 감안해 카드 고객에게 특전을 줬다. 정 사장은 MoMA와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생각이다. 그는 “MoMA의 전시를 단순히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MoMA를 통해 미국시장에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문화 마케터로 역할하고 싶다”며 “MoMA에서 한국작가전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