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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물가전쟁, 아이디어 쏟아내지만 현실성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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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MB “나도 상고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특성화고 졸업반 신분으로 기업은행에 채용된 20여 명과 만나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곤 “나도 야간 상고 출신”이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이 대통령은 포항 동지상고를 나왔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물가 챙기기에 나섰다. 취임 초 ‘MB물가지수(52개 생필품 물가관리)’로 대표되는 MB식 물가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물가 관련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장관들에게 직접 지시하고 채근했다.

홍준표 “허창수 회장, 재래시장 상품권 사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오른쪽)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둘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가운데)이 20일 수유 재래시장을 방문해 채소를 사고 있다. 홍 대표는 허 회장에게 “전경련 회장님이 재래시장을 전시(展示)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경련이 재래시장 상품권 구매에 돈을 더 내놔라”고 말했다. 당황한 허 회장이 “지난해 150억원어치를 구매했는데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형수 기자]

이 대통령은 “이전에 물가 당국이 했던 것처럼 단속·점검 등 통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해 기본적으로 물가 구조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발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민간의 자율적인 경쟁, 그리고 유통 구조상 또는 지금까지 있었던 제도적인 방안에서 개선점은 없는지, 관습과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찾아보라”란 말도 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천편일률적 방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에겐 “주요 생활 물가를 가령 10가지 정도만 집중적으로 선정해 16개 시·도별 또는 대도시 중심으로 물가 비교표를 만들어 매달 공개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버스·지하철 요금과 채소값 등이 선정 대상”이라며 “시·도별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해 더 좋은 방안이 나오면 채택하자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겐 “관계 장관들과 매주 물가 상황을 챙기는 회의를 하라”며 “가급적이면 현장에 가서 현장 목소리를 기반으로 반영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석 물가가 중요한데 제수용품이나 농산물 가격이 예사롭지 않다”며 “그간 물가 관리를 강조해 왔지만 다시 한번 장관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을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부 차관 주재로 매주 여는 물가대책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다음 주에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이 매주 회의를 주재하면 매번 굵직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며 “그간 물가대책회의를 ‘차관’이 주재한 건 나름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물가 잡기를 강하게 밀어붙인 건 왜일까. 일각에선 청와대가 요즘이 ‘물가 잡는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줄 적기(適期)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본격 상승했다. 그런 만큼 올 9월 이후엔 기저효과 때문에라도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관리하는 MB식 물가잡기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양대 하준경(경제학)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성과가 없으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며 “대통령은 물가보다는 이익집단의 첨예한 대립으로 진척이 없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같은 곳에 뛰어들어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가는 한 나라 경제의 종합 성적표”라며 “경제가 막힌 곳 없이 잘 돌아가고 시장에 경쟁 압력이 높으면 물가라는 성적표도 절로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누르면 반짝 효과는 볼지 몰라도 후유증이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서경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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