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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이젠 내가 월가 리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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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고 금융그룹 골드먼삭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 틈에 옛 금융명가 JP모건이 되살아나고 있다. 단순 순위 변동이 아니다. 판도가 바뀌는 조짐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58) 골드먼삭스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오전(현지시간)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순이익 10억9000만 달러(약 1조1550억원)였다. 주당 순이익은 1.85달러 수준이었다.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는 2.3달러 수준이었다.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이 화근이었다. 골드먼삭스의 트레이딩 실적이 올 1분기보다 63%나 곤두박질했다. 트레이딩은 고객이 아닌 자사의 돈을 채권·주식·상품·선물·옵션 등에 직접 베팅해 수익을 내는 부문이다. 주식·채권을 인수하거나 인수합병(M&A)을 알선하는 투자은행 부문보다 위험하지만 많은 수익을 내는 곳이다. 블랭크페인이 2009년 말해 세계적인 비판 대상이 됐던 ‘신의 일’이 바로 트레이딩이었다.

 이날 월가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골드먼삭스의 성장 엔진이었고 블랭크페인의 주특기인 트레이딩 부문이 부진에 빠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골드먼삭스는 JP모건 등이 ‘위험한 머니게임’이라고 낮춰 보는 트레이딩에 힘을 쏟았다. 그 덕분에 90년 JP모건을 누르고 월가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블랭크페인은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을 앞세워 2006년 투자은행 부문 사람들을 제치고 CEO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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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금융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스테이트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블랭크페인이 (주력 부문에서) 경쟁자들보다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블랭크페인의 맞수인 제이미 다이먼(55) JP모건 CEO는 14일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순이익 54억3000만 달러, 주당 1.27달러)을 내놓았다. 13분기 연속 예상치 초과였다. 그는 무엇보다 골드먼삭스의 주력인 트레이딩 부문에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 부문 실적이 전분기보다 20% 정도 늘었다.

 JP 모건 트레이더들은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돈을 빌려 판돈을 키워 수익을 늘리는 게임(레버리징)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덕분에 국채처럼 안정성은 높고 수익률이 낮은 자산에 베팅하면서도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트레이더들이 공격적으로 나선 이면엔 다이먼의 선제적 움직임이 있었다. 그는 금융개혁법(프랭크-도드법) 제정 직후 자본을 늘렸다. JP모건이 골드먼삭스처럼 순수 투자은행이 아니라 상업은행이어서 자본금 확충이 한결 수월했다. 다이먼은 늘어난 자본금 덕분에 더 많은 돈을 트레이딩에 배분해 판돈을 키울 수 있었다.

 골드먼삭스의 블랭크페인은 실적 부진에 대해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았다. 정리해고였다. 1000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그는 “정리해고로 아낀 임금을 남은 직원들에게 배분해 실적 악화에도 보상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인도·브라질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트레이딩 대신 신흥시장에서 만회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의 은행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보베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골드먼삭스가 투자은행 구조의 한계를 벗기 위해서는 JP모건처럼 예금을 유치해야 하지만 변신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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