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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내 후계 논의? 터무니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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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56·사진)가 지난 1월 병가를 낸 이후 회사 이사회 멤버 일부가 잡스의 후계 문제를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이들의 논의는 새 CEO 선임을 목표로 했다기보다는 선택 대상을 비공식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잡스는 이에 대한 e-메일 답변에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 이사회 멤버들은 모두 잡스에 의해 선임된 걸 감안하면 일부 이사가 비공식적으로 잡스의 후계 문제를 논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WSJ는 소개했다. 애플에는 잡스를 포함해 7명의 이사가 있다.

 잡스는 지난 1월 병가 이후에도 CEO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해 미래 전략을 마련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제품 등을 기획하는 데 적극 참여한다. 지난달에는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아이클라우드를 소개하고,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비행접시를 닮은 새 사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잡스는 그러나 회사에 언제 완전히 복귀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일상적인 회사 운영도 팀 쿡(50)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넘겼다. 쿡은 현재 가장 유력한 잡스의 후임자로 여겨지고 있다. 19일 애플의 4~6월 실적 발표를 위한 콘퍼런스 콜에도 잡스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 기간 애플의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2%, 125% 증가한 285억7000만 달러, 73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의 실적이다.

 잡스 후임자 논의에 대해 주주들은 반대하고 있다. 애플 주가가 지난 5년간 7배나 급등한 데는 잡스의 지도력이 뒷받침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잡스가 사라진 애플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보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것이다.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잡스의 후계 계획을 밝히라는 한 주주의 제안은 거부됐다.

 그러나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5명에 이르는 사외이사들은 잡스의 후계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WSJ가 애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사외이사들은 지난 12년간 모든 이사회 모임에서 잡스가 자리를 비우면 사적으로 후계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사들은 잡스의 후계 계획에 대해 비밀을 맹세했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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