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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펀드매니저 ‘몰빵 투자’ 곧 문제 생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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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끌어 모은 펀드를 운용하는 미국계 자산운용사다. 세계 주요 채권 등에 투자하는 '템플턴 글로벌 본드 펀드'는 운용자산이 2009년 15조원에서 지난해에는 36조원으로 1년 만에 무려 21조원이나 늘었다. 또 이 회사는 올 하반기에 '이머징 마켓 밸런스드 펀드'를 내놓는다. 펀드 운용은 이 회사의 대표적인 펀드매니저 두 명이 맡는다. 마크 모비우스 박사는 주식 부문을, 마이클 하젠스톱 박사는 채권 부문 운용을 각각 총괄한다. 이들은 이 펀드만 운용하는 게 아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전체 운용 자산(6월 말 현재) 784조원 가운데 190조원(24%)도 책임지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전체 운용자산의 4분의 1가량이 두 명의 펀드매니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회사다. 그런데도 이 회사의 한국법인인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의 전용배(49·사진)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일부 스타 펀드매니저 위주로 투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회사는 자산운용 시스템이 한국과 다른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내 자산운용 행태에 대해 말한다면.

 “국내에서는 시스템으로 투자하지 않고 스타 펀드매니저 한 사람 위주로 투자하는 게 유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건 잘못됐다. 아무리 유능한 펀드매니저도 인간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펀드매니저의 실수는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지니 문제인 거다.”

 -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투자에 관한 한 선구자들도 ‘분산투자, 장기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스타 펀드매니저가 지금은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주식에 ‘몰빵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붐 이후엔 커다란 피해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게 마련이다. 몰빵 투자의 폐해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다. 이러다가 투자자가 펀드 수익률에 실망해 펀드뿐 아니라 주식·채권 모두 안 하겠다는 ‘금융상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두렵다.”

 -프랭클린템플턴도 두 명의 펀드매니저가 운용자산의 24%를 책임지고 있는데.

 “프랭클린템플턴에서는 투자 결정할 때 펀드매니저 혼자 판단하지 않는다.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전 세계에 핵심 펀드매니저를 지원하는 조직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 관련 투자를 할 경우 한국법인에서 이들을 전담 지원하는 직원과 회의를 하고 의견을 묻는다. 그런 다음 투자위원회를 열어 투자를 결정한다. 한국은 스타 펀드매니저 한 명과 2~3명의 리서치팀이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야 제대로 투자를 할 수 있겠나.”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투자 지역과 상품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안타까운 사실 중 하나가 아직도 국내 투자자는 국내 투자만 선호한다는 거다. 해외 비중이 2004년 3%에서 올해 18% 늘었지만 아직도 주식 위주, 아시아 위주 투자를 한다. 아시아가 세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 정도다. 그럼에서 한국 해외투자의 60%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또 집중 투자도 장기로 가면 투자수익률이 평균치에 수렴한다. 집중 투자를 하더라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압축펀드는 단기성과만 갖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기 성과를 믿고 들어갈 때는 꼭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이 채권투자를 잘 하지 않는데 인도네시아나 스웨덴 국채에 투자하면 6~7% 이상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고객에게 당장 ‘대박’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주는 게 자산운용사의 역할이다.”

 -국내 주식시장 전망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1990년 이후 20여 년 동안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은 5.5% 성장했다. 이런 경제 성장의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분야는 주식밖에 없다.”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는

설립 1947년 미국에서 프랭클린 리소스사 설립, 1992년 템플턴사 인수

운용자산 약 784조원 (7342억 달러)

직원수 약 8000명

진출 국가 30개국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전용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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