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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주의 배격 … 치열한 취재 경쟁 … 머독 없었다면 영국 신문 사라졌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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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루퍼트 머독과 그의 미디어제국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해온 뉴욕 타임스(NYT)가 도청 파문으로 위기에 빠진 머독의 공적을 조명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11일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Roger Cohen·56·사진)이 쓴 ‘머독을 위한 변명(In Defense of Murdoch)’이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NYT가 경쟁지인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사주 머독에 대해 긍정적인 논평을 게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코언은 영국 출신으로 월스트리트 저널·뉴욕 타임스 등에서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했다. 다음은 칼럼 요지.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 오브 더 월드가 벌인) 휴대전화 도청은 불법 행위로 변호의 여지가 없다. 머독이 설립한 폭스TV의 극우적인 보도 행태로 미국을 대립으로 이끌었다. 기후변화부터 중동에 이르기까지 그의 견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에선 지난 수십 년간 머독 덕분에 신문들이 치열하고 활발하게 경쟁하며 살아남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영국 신문들은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내가 머독을 옹호하는 이유는 엘리트주의를 배격하는 정신 때문이다. 기득권층에 대한 혐오가 변방의 나라 호주 출신 머독이 영국에 건너와 ‘미디어 황제’로 성장한 원동력이다. 그는 자기 사람들을 철저하게 신뢰했다. 아울러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던 더타임스 같은 중요한 신문에 돈을 쏟아부었다.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기자 정신을 추구한 머독이 있었기에 영국 언론이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매체로 성장했다. 그런 매체는 자유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머독의 몽상가적인 자세를 존경한다. 덕분에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호주의 작은 신문사 두 곳을 연간 330억 달러(약 35조원)의 수입을 올리는 대제국으로 키워냈다. 머독의 지치지 않는 혁신 정신이 더 열린 세상과 언론에 도움이 돼 왔다. 지금 머독이 궁지에 몰려 있지만 그는 이번 위기도 무사히 극복할 것이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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