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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 한방’ 머독 부인 웬디, 청문회 스타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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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현지시간) 해킹 스캔들을 다루는 영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 남성이 루퍼트 머독(80)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에게 면도거품을 뿌리자 머독의 중국계 부인 웬디(43)가 자리에서 일어나 남성을 때리려 하고 있다. 머독보다 37세 연하인 웬디는 이날 남편을 공격한 남성을 즉각 응징함으로써 트위터 등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런던 로이터=뉴시스]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80) 뉴스 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에 대한 영국 의회 청문회가 그의 부인 웬디 덩 머독(Wendi Deng Murdoch·43)을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로 만들었다.

 19일 오후 5시쯤(현지시간) 머독과 그의 아들 제임스(James·39)가 하원의 문화·미디어·스포츠 위원회에 출석해 영국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의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 도청사건에 대한 추궁을 당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방청석에 있던 한 남성이 면도용 거품을 잔뜩 담은 1회용 종이접시를 들고 뛰어와 머독의 얼굴에 뿌렸다.

 ‘거품 테러’를 당한 머독과 이를 본 의원들이 놀라 얼음처럼 굳은 순간 머독의 뒤에 앉아 있던 뉴스코프 측 여성 변호사 재닛 노바가 벌떡 일어났다. 그 직후 노바 옆에 있던 분홍색 상의 차림의 여성이 몸을 날려 오른손바닥으로 ‘거품 테러범’의 얼굴을 스파이크하듯 가격했다. 머독의 부인 웬디였다. 웬디는 이어 왼손으로 접시를 빼앗아 역으로 ‘테러범’의 얼굴에 거품을 묻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위험에 처한 남편을 보호하려는 부인의 동물적 본능이 작용한 것으로 비쳐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웬디가 이 해프닝 직후 남편의 얼굴에 묻어 있던 거품을 닦아내고 잠시 포옹을 했으며 “내가 그를 붙잡았다”고 웃으면서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지난달 11일 상하이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머독(왼쪽)과 웬디. [런던 로이터=뉴시스]

 청문회는 10여 분 뒤 속개됐다. 머독은 거품으로 얼룩진 정장 상의를 벗고 셔츠 차림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청문회가 끝난 뒤 톰 왓슨(노동당) 하원의원은 “부인의 레프트 훅이 굉장하네요”라고 농담을 했지만 사실 웬디는 오른손을 썼다.

 머독을 공격했던 남성은 곧바로 체포됐다. BBC에 따르면 범인은 조너선 메이볼스(26)라는 인물로, 자신이 코미디언이자 사회운동가라고 주장했다. 조니 마블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각종 시위 때마다 앞장서 왔다. 이 때문에 그를 방청석에 입장시킨 영국 의회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웬디의 날렵하고 과감한 행동이 동영상과 사진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트위터에는 곧바로 “웅크리고 있던 호랑이가 사냥감을 향해 무섭게 달려드는 것 같았다” 등의 글이 퍼졌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 칼럼에는 “머독의 부인이 ‘타이거 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부여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타이거 맘’은 자녀교육에 열성인 동양계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웬디는 머독의 세 번째 부인이다. 1999년 당시 68세의 머독이 37년 연하인 31세의 웬디와 결혼했다.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에서 태어난 웬디는 원래 이름이 덩원거(鄧文革)였다. 중국에서 만난 제이크 체리라는 미국인의 후원으로 20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노스리지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졸업한 뒤 체리와 첫 결혼을 했다. 체리가 부인과 헤어지고 31세 연하인 웬디와 재혼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2년 뒤 헤어졌다. 그 뒤 웬디는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고 홍콩의 스타TV에 입사해 뉴스코프와 인연을 맺었다. 97년 한 파티에서 머독을 만나 통역·수행 비서로 활동하다 2년 만에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열 살, 여덟 살의 두 딸이 있다. 웬디는 중·고교 때 학교의 배구 대표선수였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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