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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 해병 ‘빨간 명찰’ 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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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상훈 해병대 2사단장이 18일 오후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가 열리는 2사단 필승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빨간 명찰’-. 해병대 장병의 군복 앞가슴에 부착된 해병대원의 상징이다. 앞으로 ‘기수 열외’, 구타 등 병영 내에서 가혹행위를 한 병사들은 이 빨간 명찰을 박탈당하고 다른 부대로 전출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이르면 이달부터 시행된다.

 18일 김포의 해병대 2사단 ‘충성관’에서 열린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에서는 지난 4일 해병대 총기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해병대 병영의 가혹행위 등 악습을 척결하기 위해 여러 고강도 처방전이 나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유낙준 해병대사령관 등 군 지휘부와 해병대 장병 180여 명, 병사의 가족,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까지 참가한 이날 토론회는 해병대 1사단(포항)과 6여단(백령도), 2사단 연평부대 등 해병대 장병들에게 실시간 생중계됐다.

 김관진 장관은 “국민들도 나도, 해병대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군대다운 군대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범생이라 알았던 내 아들이 비행 청소년이었음을 알게 됐을 때와 같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가혹행위는 분명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행위이며, 식민지 시대의 잔재이자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라고 말하고 “이번 기회에 병영 내의 퇴행적 저질문화를 반드시 없애 줄 것”을 당부했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마치 맨살을 드러낸 채 차가운 수술 침대에 누워 있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를 준비했다”며 해병대 스스로의 개혁을 강조했다.

 해병대 인사처는 이날 “구타와 폭언, 욕설, 왕따, 기수 열외 등 가혹행위에 가담한 해병대 병사에 대해서는 해병대원을 상징하는 빨간 명찰을 일정 기간 떼어내고 해병대사령부 직권으로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빨간 명찰을 달지 않는 해병대원은 사실상 ‘유령 해병’과 마찬가지다. 해병대 관계자는 “7주간의 신병 훈련 기간 중 극기훈련이 끝나는 6주차 금요일에 해병대원임을 상징하는 빨간 명찰을 오른쪽 가슴에 달아주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며 “빨간 명찰은 이름을 알리는 단순 표식물이 아니라 해병대에 소속된 한 일원으로서 명예로운 징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병대는 중대급 이하 부대에서 구타·폭행 등의 가혹행위가 일어나면 아예 부대를 해체해 재창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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