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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점주서 한국법인 사장 돼 … 그 신화, 필리핀서 이어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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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원 출신, 프랜차이즈 점주, 매출 3000억원대 글로벌 피자업체의 오너…’.

 국내 배달 피자 1위 업체인 한국 도미노피자의 오광현(52·사진) 회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오 회장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진출은 우리나라 모든 기업의 책무”라며 “한국 도미노피자의 이름으로는 첫 해외 사업지인 필리핀에서 피자 업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금처럼 대기업이 모든 사업 분야를 독식하는 한 기업들이 과거 경주 최부잣집 같은 존경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단 도미노피자뿐만 아니라 역량이 되는 기업일수록 해외로 나가 글로벌 진검 승부를 펼쳐야만 작은 기업과 창업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업계에선 ‘신화’로 통한다. 1993년 자신이 점주로 있던 도미노피자 한국법인의 운영권을 인수해 대표가 됐다. 당시 20여 곳에 불과하던 도미노피자 점포 수는 현재 350곳을 넘어섰다.

 그는 “당시 어렵게 돈을 융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했다”며 “그때에도 대기업 여러 곳이 도미노 운영권을 가지려 뛰어들었지만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며 노하우와 자신감을 키운 내 손을 (본사가) 들어주더라”고 회고했다.

 그런 오 회장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지난해 미국 도미노피자 본사가 그에게 필리핀 시장 운영권을 넘긴 것. 전 세계 도미노피자 64개 지사 중 상위 5위권의 매출을 일궈낸 오 회장의 뚝심을 믿은 결과다.

  그는 “도미노피자가 국내 시장에서 21년간 쌓은 노하우라면 필리핀에서도 충분할 것으로 본다”며 “올해 안에 현재 3곳인 점포 수를 20~30여 곳까지 늘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점주 출신답게 그는 철저히 상권과 소비자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사업 초기 후미진 뒷골목에 있던 점포 위치를 대로변으로 옮기고, 직영점 1곳당 가맹점 3곳의 비율로 점포를 확장하는 ‘3+1전략’으로 배달 피자 시장 1위 업체에 올랐다. 소비자 입맛 변화에도 한발 먼저 움직였다.

 감자 맛을 섞은 포테이토 피자는 99년 출시 이래 2000만 판의 판매액을 올렸다.

 하지만 항상 성공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는 “점주 시절엔 배달 사원 몫까지 해내야 했다”며 “대기업보다 여러모로 불리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자금과 사람 모두 구하기 어렵다”고 회상했다. 오 회장은 그러나 “1인 2, 3역을 하다 보니 매장 운영부터 피자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 밝아졌다”며 “그때의 경험 덕에 지금도 점포를 가볼 때면 잘 되는 곳인지 아닌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바로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독 ‘꿈’을 강조한다. 한국도미노피자 출신 직원이 자신의 가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벌써 25명의 직원이 자신의 가게를 내고 점주가 됐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내수시장은 젊은 창업자와 중소기업에 맡기고 기성 세대는 해외시장에 앞장서 나가는 게 젊은 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입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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