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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C 설계한 미래 도시 연구자 앤서니 타운센드 "10년 후 화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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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타운센드(39) 박사는 도시공학 분야의 퓨처리스트(futurist)다. 국내에서는 2008년 여수 엑스포 조직위의 심포지엄에서 화두가 됐던 ‘블루 이코노미(해양기반의 경제가 신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개념)’의 개념을 창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0년대 초 서울시가 추진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설계를 자문했다.

MIT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4000㎞ 떨어진 캘리포니아 팰러 앨토(Palo Alto)와 뉴욕 사이를 오가며 연구하고 있다. 팰러 앨토 미래연구소(IFTFㆍInstitute for the Future)에서는 미래 도시 분야 연구디렉터를 맡고 있다. IFTF는 미국의 군사전문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 출신인 폴 바란, 올라프 헬머, 자크 발레 등에 의해 1968년 설립된 미래학 연구소다. 뉴욕에서는 뉴욕대 루딘 교통정책연구소(Rudin Center for Transportation Policy)에서 미래 도시 분야를 연구하는 동시에 뉴욕시 광대역통신망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모바일 시티로서의 변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타운센드 박사에게 미래 도시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이하는 일문일답.

- 10년 후 도시의 화두는 무엇인가.
“모바일과 교통, 탄소 문제가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통신ㆍ오락ㆍ결제의 중심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에는 ‘개인화된 정보기기’로서 스마트폰의 역할이 대두될 것이다.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교통 체증은 실시간 교통량 분석 기법의 발달로 차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각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나 휴대전화 같은 기기를 통해 수집한 실시간 교통정보를 도시 교통당국에서 효과적으로 분석ㆍ제어할 수 있게 된다. 시간대별, 일별, 월별 등 다양한 기간에 따라 정확한 교통량 예측과 이에 기반한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첨예한 문제가 될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일부 국가에서는 탄소중립도시(온실가스의 방출을 원천적으로 줄이면서 방출된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최대한 흡수해, 대기 중에 배출되는 CO2를 제로로 만드는 도시)들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뉴욕, 서울, 베이징 같은 거대 도시들은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 모바일은 그동안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바꿀 수 있을까.
“영화 ‘스타 트렉’에 나오던 ‘트라이코더(Tricorderㆍ사용자가 원하는 곳의 환경이나 물체, 사람을 파악해 정보를 알려주는 휴대용 기기)’를 기억하나.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보면 된다. 자동차 차고에서 비디오 게임, 집안의 에어콘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의 다양한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미래 도시에서는 모바일 기술의 면대면(face-to-face)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원격 회의를 하더라도 실제로 함께 있는 것처럼 구현하는 실감형 기술, 화려한 3D 그래픽을 바탕으로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e-러닝 도구를 생각하면 된다. 헬스케어 역시 마찬가지다.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사려다가 자신의 당뇨병과 관련해 식이요법을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의사를 꼭 병원에서 만날 필요는 없지 않나.”

- 하지만 통신 기술의 발달함에 따라 정보 유출, 악플 등 사이버 범죄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사생활 침해 방지 등 정보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아무도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미래 도시를 건설함에 있어서, 정보 인프라의 보안 취약성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 정부가 이란에 있는 지멘스 컴퓨터 서버를 공격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의 테러를 막는다는 목적으로 지멘스에서 만든 핵연료 시설 서버에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웜 바이러스를 심었다. 하지만 이는 그 외에도 아시아 지역에 산재한 지멘스 관련 서버를 공격했다. 이들 컴퓨터가 핵무기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같은 이치로 러시아 마피아나 북한 정부가 웜 바이러스를 한국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해 보자. 정부 공공기관의 IT인프라가 파괴되거나, 공격을 볼모로 돈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파트 문이나 보안시설을 위해 돈을 지출하듯이, 사이버 보안에도 적절한 투자를 해야 한다.

- 미래 도시에서는 전기와 물 같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데.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같은 기술은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서는 스마트그리드 같은 기술이 우리의 미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가능성이 없다. 우선 스마트그리드는 설치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든다. 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스마트그리드를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늘 만족만 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한 전력회사는 이전 검침 기계보다 훨씬 정교한 ‘스마트 계량기’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 결과 소비자들의 전기세가 높게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약간 덜 정확하게 측정해 요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부과된 것이다. 시민들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 상암 DMC 설계를 자문했는데.(타운센드 박사는 2004년 풀브라이트 교환 학자로 방한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도시의 미래를 연구한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과 DMC를 설계할때 가진 컨셉은 도시 그 자체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살아있는 랩’이 되는 DMS(디지털 미디어 스트리트)였다. 지금 DMC의 발전은 당시 예측한 것보다는 약간 더딘 감이 있다. 하지만 DMC는 꾸준히 디지털 미디어 도시로 발달하고 있다. 건물의 외벽이 스크린이 돼 TV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맨해튼, 런던, 할리우드 등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DMC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은 정보통신 기술 발달을 위한 좋은 테스트 베드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열풍을 가져온 PC방 네트워크 망은 지금도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또한 밀집된 인구가 있는 대도시라는 점, 삼삼오오 소규모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 모든 공공장소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다양한 스마트 도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서울이 ‘세계의 IT 실험실’이 될 수 있는 증거다.”

- 그동안 한국 정부에서는 많은 U(유비쿼터스)-시티 정책을 내놨지만 상당수는 성공하지 못했다. 송도신도시의 경우 월드트레이드센터(WTC)가 투자자 모집을 못해 좌초되었고 최근에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까지 벌어졌다.
“기술의 문제보다는 방향의 문제다. 기술적으로 한국은 유비쿼터스 일류 국가다. 아직까지도 뉴욕에서는 지하철에서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는데, 서울에서는 지하철은 물론 쇼핑몰 등 모든 곳에서 실시간 무선 인터넷이 되지 않나.

그러나 U-시티를 만드는데 있어 방향이 잘못됐다. ‘도시에 살 사람’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support people’s real needs) 정책을 짠 것이 아니라 아파트나 오피스텔, 정보통신 장비 등 ‘물건을 팔 사람’의 관점에서 U-시티가 짜여졌다. 예컨대 ‘유비쿼터스 교육’ 같은 개념이 그렇다. 그것으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가. 어떤 서비스를 도입해서 거주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이 ‘미래에는 행복할 것’이라는 식의 담론만 있다. 이런 식이면 스마트 시티 컨셉트는 ‘베이퍼웨어(vaporwareㆍ소문만 요란하고 실현 가능성은 없는 기술)’가 될 가능성도 있다.”

-요즘 관심을 갖는 미래학 주제를 꼽는다면.
“우선 전자화폐 기술이다. 공개키암호화기술과 P2P기술이 접목된 전자화폐인 ‘비트코인(BitCoin)’ 같은 것이 그 예가 되겠다. 정부의 개입 없이 각각의 이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사이버상에서 P2P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컴퓨터이용설계(CAD) 프로그램으로 디자인대로 실물 모형을 제조해내는 ‘3D 프린터’도 관심 대상이다. 최근에는 ‘믿음’의 미래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성공회와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 발전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브라질에서 시작한 버스 환승제가 서울까지 도입되기에는 20년이 걸렸다. 하지만 공공자전거는 최근 몇 년만에 서울에 정착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더 편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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