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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 산업까지 혁신하는 그날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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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슈즈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대표가 아르헨티나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고 있다. [탐스슈즈 제공]

“사회적기업가는 생선을 주는 것은 물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으로도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기잡이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꿀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해 ‘사람’에 투자하는 ‘아쇼카재단’의 창립자 빌 드레이튼(67)의 말이다. 사회적기업 혹은 기업가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얘기다. 사회적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문화까지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드레이튼의 말처럼 세계적으로 많은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물론 일정한 범위의 이윤도 남긴다.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게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다. 빈곤층에게 무담보로 소액대출을 해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사회적기업의 아이디어는 이미 전세계 빈곤퇴치운동과 금융계에 적지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미국·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햇살론·미소금융 등 그라민은행을 벤치마킹한 무담보소액대출(마이크로크레딧)제도가 생겨났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제 3세계 아이에게 또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게 된다는 탐스슈즈도 2006년 창립해 불과 5년 만에 세계적인 사회적기업이 됐다. 일반 기업을 운영하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아르헨티나에 여행을 갔다가 가난 때문에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출발점이다. 첫 해 200켤레를 목표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 30여국에 지부를 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9월에는 100만 켤레 째의 신발이 판매되면서 하나의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이 세계 2위의 탐스슈즈 소비국가로 선정 될 만큼 국내의 반응도 좋다.

그 밖에도 일본의 고구레 마사히사가 만든 테이블포투는 아시아의 사회적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간 대표적 사례다. ‘세계 인구의 10억은 비만으로 고생하고, 10억은 기아로 죽어간다’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테이블포투는 급식업체와 협력을 맺고, 일반 사람들이 그 급식을 구매해 먹을 경우 300원 정도의 금액이 아프리카 아이들의 급식비로 지출되는 시스템이다. 300원은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2007년 설립된 이 기업은 빠른 속도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올 4월에는 테이블포투 코리아가 문을 열었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형 사회적 기업들도 눈에 띤다. 2004년 재활용 물품들을 개조해 악기로 만들고 전 세계에 공연을 다니는 ‘노리단’이 대표적이다. 노리단은 2007년 문화예술분야 최초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현재 일본·홍콩·미국·런던 등을 다니며 한국의 문화와 아이디어를 세계로 퍼뜨리고 있다.

2010년 중소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환경/에너지분야 우수상을 수상하며 시작된 ‘트리플래닛’도 조용히 세계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스마트폰용 나무심기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으로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용자는 태양에너지·거름주기 등 게임 미션을 수행하며 가상의 공간에 나무를 심고 일정 레벨을 달성하면 현실 공간에 나무를 심을 수 있다.

회사가 광고료 수입 중 기업 운영비 30%를 제외한 나머지 70%는 환경단체에 기부되고 환경단체가 대신 나무를 심어주는 방식이다. 이 기업은 G20공식어플로 지정돼 DMZ(비무장지대)에 시범사업으로 나무를 심은 데 이어, 오는 10월 창원에서 열리는 제 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의 공식어플로도 선정됐다.

김 대표는 “외국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신선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스마트폰 어플이라는 특성 때문에 전 세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어 파급력이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장기적으로 사회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국내는 지나치게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손지은·박성민·윤새별·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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