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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나눔이야기] “책 덮고 봉사활동 하다가 공부하는 재미 찾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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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방학이었다. 공부도 잘 하지 않으면서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자기 일쑤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아빠는 한 말씀 하셨다. “너는 공부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모든 책을 상자에 넣어두고 자원봉사를 하며 정신수양을 해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빠가 학생인 내게 공부를 금지시키다니. 그래서 아빠에게 화도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마음이 모나고 불안한 상태로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모든 일이 낯설었다. 가게를 청소하며, 물건 정리를 했다. 가끔 활동천사님들이나 간사님이 바쁘시면 대신 계산대에 서기도 했다. 아름다운가게의 위치를 모르시거나 오시기 힘든 기증천사님들을 위해 기증품을 받으러 아름다운가게 차를 타고 댁까지 찾아 뵌 적도 많았다. 크고 작은 물건을 차에 싣고 되돌아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동안 꾸준히 다니자 일이 점점 익숙해지며 재미를 느꼈다. 물론 아름다운가게의 활동천사님들과 간사님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이 컸다.

봉사활동에 재미를 느끼다보니 그동안 금지 당했던 공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원봉사를 하러 다니느라 공부를 안 하니 학생으로서 은근히 걱정이 됐던 것이다. 상자에 넣어뒀던 책 한 권을 꺼냈다. 방에 가지고 와서 몇 번씩 쳐다보며 공부를 해봤다. 희한하게도 공부가 전과 달리 친근하고 소중한 일로 느껴졌다. 학생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자율방범대를 하시는 아빠께서 봉사활동을 권유하신 이유 중 하나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울방학과 봄방학, 총 40여일 동안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나 자신이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또한 내 행동들에 대해 한 번씩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1학기가 끝나가는 요즘, 나는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도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을 짜고 있다. 오랜만에 봉사활동을 하는 거라 다시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또 한번 도전하고 싶다. 금세 나태해지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나를 바뀌게 해 준 자원봉사를 일종의 ‘놀이’라고 여러분께도 권하고 싶다.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점차 변해가는 여러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강산들 (전북 익산 이리남성여자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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