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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님 25만원짜리 맞춤복, 우리가 만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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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25만원에 양복을 맞췄다며 트위터에 띄운 글 때문에 화제가 됐던 곳. LG패션과 SK 등 대기업에 신사복을 납품하는 직원 183명의 중소기업. 회사 캐치프레이즈는 ‘질 좋고 멋있고 값싼 신사복 만들기’.

서울 독산동의 봉제업체 ‘(주)아름다운사람’은 겉으로는 평범한 회사다. ‘어떻게 그리 싼 값에 양복을 맞춰주는 걸까’하는 궁금증에 지난달 27일 그곳을 찾았다. 들여다보니 이름처럼 아름다운 회사였다. 직원 183명 중 절반 가까운 80명이 장애인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이 63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10년 전 40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지금은 80억을 바라본다. 김 대표는 그 배경을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이 아는 사람을 데려와 옷을 맞춰주곤 하길래 아예 맞춤복 코너를 하나 만들었던 거죠. 일반 손님은 잘 찾지 않는 매장인데, 어쩌다 김 총리님 덕분에 요즘 주문량이 밀리고 있네요.”

머쓱해하는 김창환 대표(54). 그에게 ‘25만원 양복’의 비밀부터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대량 납품을 하니까 옷감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거고, 또 욕심내지 않고 배려하는 우리 회사의 분위기도 작용을 하고….”

김 대표가 이 회사를 운영하게 된 건 10년 전부터다. E사에서 의류사업 본부장을 지내던 2001년, 지인의 부탁으로 떠맡다시피 공장을 인수했다.

(주)아름다운사람의 김창환 대표(왼쪽)는 청각장애인 동갑내기인 유재원(오른쪽)씨를 만나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깼다고 한다. [최명헌 기자]



장애인 직원이 많아진 건 동갑인 유재원(미싱 파트 관리)씨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2003년 입사한 유씨는 청각장애에다 한 쪽 다리에 의족을 한 1급 장애인이다. “처음 유씨가 일자리를 찾아 왔을 땐 걱정도 했어요. 작업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던 때라 받아들였죠. 그런데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하더라구요. 마침 동갑이라 그냥 친구하자고 했죠.”

이후 유씨와 함께 농아학교나 청음회관 등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만난 장애인들이 한 둘씩 직원이 됐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도 꽤 된다. 물론 그들의 임금은 일반 직원들과 똑같다.

그 과정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관리자 중 일부가 “장애인들과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냐”며 저항하고 나섰던 것. “여러 번 설득해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은 할 수 없이 해고도 했어요. 그런 편견을 가진 관리자라면 직원을 과연 인간적으로 대할 수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죠.” 또 ‘장애인들이 만드는 옷이라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외부의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그런 곡절 끝에 2008년 ‘장애인고용촉진 유공 훈장’을 받았고,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도 받았다. 장애인의 날인 지난 4월 20일에는 장애인 우수 고용기업으로 선정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일이라는 게 쉬운 단순노동부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까지 다양하게 있지요. 인력만 잘 배치하면 장애인이라고 문제될 건 하나도 없습니다.” 김 대표는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이상훈(28)씨를 가리켰다. 이씨는 바지에 허릿단을 대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런 일은 일반인들이 더 못해요. 일주일만 시키면 지겹고 힘들다고 그만두곤 하죠.” 김 대표는 “의사표현이 서툰 녀석인데, 천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니까 관리자한테 화를 내며 따지더라구요.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매일 아침 뽀뽀를 해줬더니 요즘은 먼저 달려와 제게 뽀뽀 합니다. 이 대통령이 오셨을 때도 달려가 볼에다 뽀뽀를 하는 대형 사고를 쳤죠, 허허”하며 웃었다.

“이 사진들은 직원들과 지난해 동해안 갔을 때 이건 올해 5월에 통영에 갔을 때 찍은 거예요.” 김 대표가 내민 사진첩은 활짝 웃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동해안 갔다 오는 길에 저보다 한 살 많은 여직원 한 분이 문자를 보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바다를 봤습니다’라고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박성민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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