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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재미있는 자연 이야기 ⑦ 인류에 혜택 주는 생물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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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낙엽이 지고 흰 눈이 흩날릴 때에도 참나무·팽나무 등의 줄기 한 부분이 녹색을 띠고 있을 때가 있다. 기생식물인 겨우살이(사진1)가 매달려 있는 경우다. 그런데 이 겨우살이에서 생명연장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는 베툴린산(betulinic acid))이 추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동대 생명과학연구소 김종배 교수팀과 인하대 노화생물학연구소 민경진 교수팀은 이 물질이 초파리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노화를 늦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물질이 화장품·식품·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7년에는 국내 연구진이 벼의 왕겨에서 세계 처음으로 모미락톤 B(momilactone B)라는 항암물질을 분리해 냈다. 당시 경남대 연구팀은 “암에 걸린 쥐에게 왕겨 추출물을 먹인 결과 암 덩어리가 크게 줄었고, 모미락톤 B가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물질이 항암제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뒤따라야 하지만 연간 100만t씩 쏟아져 나오는 왕겨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얻을 수만 있다면 엄청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여러 약품은 실험실에서 합성으로 얻어지기 보다는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오랜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것이고, 대표적인 항암치료제 탁솔도 주목(朱木)에서 얻은 것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에서 개발된 신약의 70% 이상을 자연에서 찾아냈다.

자연의 혜택은 끝이 없다. 지난해 2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은 전갈(사진2)의 독에 들어있는 자연성분을 이용해 모르핀과 맞먹은 강력 진통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은 이미 지난해 10월 바다달팽이인 청자고둥(cone snail)의 타액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강력진통제를 개발해냈다.

홍합(사진3)이 갯바위에 달라붙기 위해 분비하는 자연 접착물질에서 인류는 조만간 자연 접착제를 얻게 될 전망이다. 이 접착제는 병원 수술과정에서 절개했던 조직을 다시 붙이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홍합 접착제는 독성이 없고, 생체 내에서 자연스레 분해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파악된 생물종(種)은 200만종을 밑돌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상에 1000만종 이상의 종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종들이 남획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줄 수도 있는 생물종들이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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