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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지구촌 NGO 테마 탐방 ⑥ 인도네시아 무아마디아 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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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단을 시민사회단체, NGO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종교단체가 아닙니까?” “종교성 NGO라고 할 수 있죠. 한국에는 그런 NGO들이 없나요?”

지난해 6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무아마디아 재단을 방문하면서 안내를 하는 무하마드 잇산(38)에게 재단 성격에 대해 묻자 의외로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한국에도 종교성을 바탕으로 일하는 NGO들이 적지 않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개신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천주교), JTS(불교) 등이 그렇다.

무아마디아 재단 역시 이슬람의 종교성을 띠지만, 전도보다는 이웃사랑 실천이 목적인 단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최대의 NGO인 이 재단은 규모에서부터 조직 구조, 운영 형태, 이웃사랑의 실천 모습 등에 있어 다른 나라 또는 다른 NGO에게선 결코 볼 수 없는 독특한 점들이 많다.

무아마디아 재단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7월 재단 발상지인 요기아가르타시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입장식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자카르타 시내의 무아마디아 재단 소속 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수돗가에서 조류독감 예방을 위한 손 씻기 등 청결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무아마디아 재단 제공]



무아마디아 재단은 1911년 아마드 달란이라는 이슬람 선각자가 요기아가르타라는 지방도시에서 처음 학교를 세우면서 시작이 됐다. 네덜란드 식민통치 때였다. 무아마디아(Muhammadiyah)는 ‘모하메트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달란은 ‘민중에게 이슬람 정신을 바로 심으려면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서구의 발달된 교육 시스템을 접목시킨 근대적 학교를 세워 나갔다. 곧 수많은 추종자가 생겼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을 털어 학교와 병원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 소속을 무아마디아 재단으로 했다.

그 결과 이 재단은 현재 인도네시아 전역에 1만200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도 166개나 갖고 있다. 그 밖에 유치원 3980개, 고아원 377개, 병원 217개도 이 재단 소속이다. 회원 수는 전국에 약 3000만명으로, 2억5000만 인도네시아 인구의 12%나 된다. 회원들 모두 신실한 이슬람 교인들이다.

각 학교나 병원의 이사진은 자체적으로 뽑지만 반드시 전국재단본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전국재단은 교육·의료·사회복지 등 13개의 분야별로 의장과 사무국장·간사들을 두고 있다. 동시에 학교는 학교별로, 병원은 또 병원별로 자체 전국협의체를 따로 갖추고 있다. 이처럼 전국이 수직적·수평적으로 촘촘히 짜여져 있다.

“무아마디아 재단에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개인이 없습니다. 모두가 종교적 신념으로 기쁘게 돕는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각 분야별 의장·사무국장, 협의체의 사무총장·팀장들도 모두 자기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월급을 받는 재단본부 직원은 약 100명 정도 뿐이지요. ”

전국재단의 사회복지부 팀장인 이따(32·여)는 “나도 내 사업을 갖고 있다”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꼴로 퇴근 후 재단 일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의 또다른 특색은 완전한 ‘탈정치’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분야의 전국의장이 정치참여를 선언하면 곧바로 사퇴해야 한다.

지난해 7월 3일엔 전국 회원들이 재단의 발상지인 요기아가르타시에 모였다. 5년 만에 13명의 전국의장을 뽑고, 재단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줄잡아 1300만명의 회원이 한꺼번에 예약을 하는 바람에 시내와 주변 지역의 호텔·모텔·민박 등, 숙박이 가능한 곳 모두가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이창호 남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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