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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같은 아내 토끼 같은 딸 … 방학 때 ‘건강 선물’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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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김아영(가명·18)양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하혈(下血)을 했다. 이상하게 여겼지만 학교와 학원 수업 때문에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차일피일 미루다 얼마 전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다. 으레 있는 생리불순으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김양의 하혈은 호르몬 불균형에 의한 비정상적인 출혈이었다. 생리와는 무관했다. 오래 전부터 앓아온 하혈로 만성적인 빈혈을 겪었고 그로 인해 심장도 커져 있었다. 차움 산부인과 박지현 교수는 “최근 여성질환이 있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엄마가 정기검진을 받을 때 딸도 함께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차움 산부인과 강진희 교수가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온 모녀에게 검진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움 제공]

10대 생리불순 … 호르몬 검사 받아야

산부인과는 아이를 낳은 ‘주부’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산부인과와 친해져야 한다. 차움 산부인과 강진희 교수는 “예전과 다르게 자궁과 난소, 질 부위의 여성질환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학업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여성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대 청소년에게 흔히 생기는 여성질환은 생리불순이다.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인 간격으로 해야 할 월경을 일주일이나 서너 달에 한 번씩 하는 현상을 말한다. 생리불순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여성호르몬 분비가 불균형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월경 초기 단계라 자궁의 근육과 호르몬 분비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아 생긴다. 게다가 시험이나 이성관계 등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생리불순이 계속되면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정밀혈액검사를 받으면 어떤 호르몬 분비가 부족한지, 갑상선이나 다른 기관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간혹 자궁이나 난소에 혹이 생겨 생리불순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자궁초음파도 같이 받으면 좋다.

생리양이 너무 많거나 적을 때, 혹은 생리혈 색에 변화가 있어도 산부인과에 가 봐야 한다. 정상적인 생리혈 색깔은 암적색 또는 갈홍색이지만 자궁에 문제가 있을 때는 검은색에 가깝다. 생리통이 심한 아이들도 자궁에 혹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검진이 필요하다.

초경의 시작 시점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른 나이에 초경을 하면 성조숙증으로 키 성장이 중단될 수 있다. 호르몬치료나 식이치료를 하며 성장발달을 지켜본다. 초경이 너무 늦어도 검진이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낮은 아이들은 초경이 늦다. 이럴 경우 적절한 시기에 유방이 발달하지 않는다. 박지현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사춘기 때 간단한 호르몬 치료만 받아도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차움의 개인 검진룸에서 수검자가 검진받고 있다. [차움 제공]

자궁근종·자궁내막증, 20대에도 빈발

20대에도 산부인과 검진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30대 중반부터 많이 생기는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이 최근 20대 젊은 여성들에게 빈발하고 있다.

자궁근종은 피부의 사마귀처럼 자궁 벽에 혹이 여러 개 생기는 것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성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궁근종이 있으면 지혈이 안 돼 월경 시 출혈량이 많다.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도 있다. 통증은 근종이 커지거나 개수가 많아지면 나타난다.

자궁내막증은 생리혈과 관련이 있는 질환이다. 자궁내막이란 착상한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종의 영양공급원이다. 임신이 안 되면 월경을 통해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이 중 일부 내막세포가 몸 안에 남아 난소나 골반 벽에 붙어 자란다. 평소 또는 성관계 시 통증을 느끼게 한다.

20대에 성생활을 시작했다면 자궁경부암 검진, 분비물 검사도 필요하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난소 연령을 체크해 두는 것도 좋다. 난소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난소 연령은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 알 수 있다. 더불어 유방 초음파와 갑상선 초음파도 받아봐야 한다.

40대 골다공증, 50대 유방암·자궁암 검진

주부들도 검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이들 뒷바라지하랴, 남편 건강 챙기랴 자신의 건강관리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검진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검진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40대 엄마라면 골다공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의 골밀도는 출생 직후부터 증가해 20대 초반 100%에 이른다. 이후 40대 초반까지 거의 100%를 유지하다 40대 후반부터 1년에 3~5%씩 급속히 감소한다. 골밀도가 감소하면 척추뼈가 내려앉아 여기저기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매년 검진을 바탕으로 칼슘제와 약물 섭취량을 결정한다.

40대에는 무월경증도 주의해야 한다. 흔히 갱년기가 일찍 찾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스트레스나 약물복용, 다른 질환으로 인한 일시적인 무월경일 가능성이 높다.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조기 폐경이 일어난 것일 수 있다. 호르몬 검사로 에스트로겐과 난포자극호르몬의 흐름을 파악해 치료받아야 한다.

50대 여성이라면 폐경기증후군 치료 때문에 유방암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강진희 교수는 “폐경기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것보다는 호르몬 치료를 받았을 때 얻는 이득이 훨씬 많다”며 “호르몬 치료로 인한 기타 질환의 위험은 매년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으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폐경기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50대부턴 자궁경부암 위험이 높아진다. 매년 자궁세포진검사와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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