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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기다렸는데 … 승객 안 태우고 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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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0분을 기다려야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니 말이 됩니까. 버스업체에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고도 서비스가 이 모양이니….”

 10일 오후 4시40분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버스 종점. 주민 정미경(44·여)씨는 빗속에서 814번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두 대가 중간에 왔지만 승객을 태우지 않고 곧바로 돌아나갔다. 정씨는 “기다리다 지친 노인들은 아예 걸어서 다른 정류장으로 갔다”며 “결국 30분 만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시 버스노선안내시스템에는 이 버스의 배차 간격이 평일에는 8분, 휴일에는 10분으로 나와 있다.

 대구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운전기사의 불친절과 난폭운전·승차거부 때문이다. ‘이동양’이란 네티즌은 지난 2일 대구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704번 시내버스 각성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승차 중 문이 닫히면서 몸이 끼인 여성 승객이 항의하자 운전기사가 오히려 면박을 주었다’고 했다. 이어 ‘잘못을 지적하는 나에게 운전기사가 반말을 하며 내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10월 시내버스 모니터단 143명과 버스 승객 400명 등 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운전자의 친절성은 3.4점, 인사성 3.3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3.6점 등 3점대에 머물렀다. 시에 접수된 시내버스 불편신고도 올 들어 6월 말까지 1064건으로 나타났다. 정류장에서 버스 문을 열어 주지 않는 승차거부는 188건, 운전기사의 폭언 등 불친절은 343건이었다.

 문제는 대구시의 관리가 느슨하다는 점이다. 시는 2006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세금으로 버스업체들의 적자를 메우면서 운전자 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시는 지난해까지 한 해 한 차례만 직무교육을 했다. 서비스 교육은 회사 자체에 맡겨 놓고 있다. 시가 26개 버스업체에 지급한 재정지원금은 2006년 413억원에서 지난해 88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9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운전기사들이 똑같은 급여를 받으면서 업체간 경쟁이 사라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에는 버스요금을 초과징수해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버스 승객 3만9000여 명에게서 요금을 150원씩 더 받은 것이다. 버스요금 인상 첫날 환승요금시스템에 프로그램을 잘못 입력해서다.

 대구시 서환종 대중교통과장은 “운전기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버스업체간 서비스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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