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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민간 ‘자산운용위원회’ 설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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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앙일보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금융포럼이 13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정훈 국민대 교수, 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정수 중앙일보 전문기자,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박사. 포럼 참석자들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강화해야 하며, 그 전제로 운용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훈 기자]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보유 주식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지적됐다. 지배구조 개선의 구체적인 방향으로는 정부 산하의 연금운용위원회(비상설)와 별도로 민간 독립기구인 자산운용위원회(상설)를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기금의 바람직한 운용 방안’이란 주제로 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민연금의 현행 기금운용위는 각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외부 위촉 위원과 정부 당연직 위원들로 채워져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를 개선할 새로운 지배구조 방안으로 연금운영위원회와 자산(기금)운용위원회의 2층 구조를 제안했다. 최상위 의결기구인 연금운영위원회가 기금 운용의 큰 방향과 리스크 한도를 설정하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산운용위원회가 목표 수익률 및 자산배분 전략을 세워 수익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 교수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전제로 해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내년 양대 선거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해 다음 정부에서는 시행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독립 기구(공사)로 떼어내는 내용의 법안은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에 폐기될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연금의 지나친 시장 지배력 문제를 표현한 이른바 ‘연못 속의 고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토론에 참가한 홍정훈 국민대 교수는 “국민연금을 몇 개로 분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경우 시장 지배력을 축소하기 위해 기금을 6개로 쪼갠 사례가 있다”며 “우리도 기금을 몇 개로 분할해 서로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 경우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대 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환 위험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환 위험 때문에 해외투자를 해야 한다”며 “경제위기로 원화가치가 급락할 때도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가치가 올라가 전체적으로 국부가 감소하지 않는 분산 효과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엄청난 양의 통화안정채권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한다”며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정부의 외환개입 부담과 비용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대익 박사는 각계 전문가 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연금 운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기금의 분할 운용에 대해 찬성의견(46%)이 반대(25%)보다 많은 가운데 구체적 방법으로는 투자목적에 따른 분할(47%) 의견이 다수였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안에 대해선 ▶주총 참여를 통한 의결권 행사(45%)와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기관 활용(24%)에 대한 선호가 컸던 데 비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12%)에 대해선 아직 조심스러웠다. 독립성을 확보하기 전에 사외이사를 진출시키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글=윤창희 기자, 박준규 인턴기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사진=김도훈 기자

참석자 명단

▶김정수 중앙일보 전문기자▶이준행 서울여대 교수▶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홍정훈 국민대 교수▶권영준 경희대 교수▶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김대식 보험연구원장▶김석중 여신금융협회 박사▶박상용 연세대 교수▶박종규 국회 예산정책처 박사▶ 박준 서울대 교수▶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이인호 서울대 교수▶리스크컨설팅코리아 이정조 사장▶함준호 연세대 교수▶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문영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정귀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도철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박의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김종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부소장▶김광기 중앙일보 선임기자▶남윤호 중앙일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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