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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병원 통째 수출한다 … 목표는 환자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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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 및 병원과 손잡고 ‘병원 통째로 수출’에 나선다. 일 경제산업성은 13일 선진의료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러시아·베트남·캄보디아 4개국의 6개 지역에 병원진료와 의료기기를 세트로 제공하는 ‘병원 해외수출’을 올 가을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내 민간 병원에서 일본인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하고, 의료기기는 도시바(東芝)메디컬시스템스·테르모(Terumo)·파나소닉 등 일본 의료기기 업체들이 제공한다. 현지에서도 일본과 똑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다. 이뿐 아니라 침대와 내장 등의 병원설비, 식사를 포함한 운영 시스템도 일본의 것을 그대로 제공할 방침이다. 일본 병원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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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의료기술과 노하우를 해외에 보급, 명성을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외국인 환자의 일본 유치로 이어가겠다는 일 정부의 중·장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일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의료 국제화’ 청사진에서 병원수출과 의료관광으로 2020년까지 1조 엔(13조3000억원)의 경제효과, 5만 명의 고용창출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1차적으로 이번 4개국 6개 지역에의 병원수출에는 올해 ‘의료 국제화사업 예산’으로 편성된 3억5000만 엔(약 46억5500만원)이 쓰인다.

 일 정부가 병원수출의 타깃으로 잡은 나라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선진 의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신흥국가들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후쿠시마(福島) 현의 미나도호쿠(南東北) 종합병원이 내시경 등 고도의료센터를 개설한다. 일본 내에서 뇌신경 질환 치료에 권위를 자랑하는 병원이다. 같은 러시아의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홋카이도(北海道)의 호쿠토(北斗) 병원 등이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다수 비치한 영상진단센터를 연다.

 일 정부는 또 고도경제성장에 따라 중국 내에 생활습관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판단, 상하이(上海)의 민간 병원 내에 도쿄(東京)대학 부속병원이 당뇨 환자 전용의 외래를 설치키로 했다. 베이징(北京)에는 가가와(香川)현 아사다(麻田) 종합병원이 건강검진 전문 의료센터를 만들고 검진자의 이용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재활치료로 명성이 높은 도쿄의 기타하라(北原) 국제병원이 현지 병원 내에서 응급의료 및 재활치료를 올해 중에 시작한다. 내년 중에는 캄보디아에서는 최초의 응급의료 전문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베트남 하노이에도 아직 진출 병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본 의료센터’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일 정부는 의료를 신성장 전략사업의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 ‘미래 신성장 전략’을 확정하면서 의료·개호(介護·요양)·건강 관련 산업을 주요 전략사업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그 양대 기둥은 병원수출과 외국인 환자유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3일 “일본 내의 병원들은 현재 공적보험으로부터 지급되는 진찰비(의료수가)가 수입의 대부분”이라며 “병원수출에 의해 인지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고소득 외국인 환자들이 일본 병원을 많이 찾게 돼 병원 입장에서도 자유진료에 의한 수입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 정부는 이미 올 1월 ‘의료 국제화’의 일환으로 병 치료 및 건강진단을 위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 환자뿐 아니라 동반자에게도 최장 6개월의 체류를 인정하는 ‘의료비자’를 새롭게 만들었다. 병원수출의 대상도 내년부터는 중국의 광저우(廣州) 등 개발도시, 동유럽과 중동 국가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암과 순환기 내과, 내시경 시술, 재활 의료 등 일본이 가장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우선적으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일 정부는 민간 병원 등에 수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가 어떤 것인지, 의료분쟁 현황과 절차는 어떤지 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현지 정부기관과의 인허가 협상을 담당하게 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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