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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펀드 올해 수익률 2.14% ‘속 빈 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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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공모주펀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에 삼성SDS, 포스코건설,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60여 개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 청약하지 않으면서 공모주 직접 투자와 비슷한 효과를 볼 것이란 기대도 한몫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모주펀드는 공모주 편입 비중이 미미해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수익률도 낮은 편이라 공모주 대안 투자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공모주에 투자하는 55개 펀드의 올해 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14%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7.21%)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6월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공모주 102개 종목의 평균 주가 등락률 16.38%에도 한참 모자란다.

  이는 공모주펀드가 ‘채권수익률+α’를 추구하는 사실상의 채권혼합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보통 편입 자산의 60% 이상이 채권이고 공모주 비중은 20% 안팎에 그쳐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몸통은 채권인데 ‘공모주’라는 ‘꼬리표’를 단 격이다.

 이처럼 공모주 편입 비중이 낮은 것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수백∼수천 대 1에 이르는 상황에서 펀드가 확보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상장 후 한동안은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아 운용도 쉽지 않다. 그래서 공모주펀드들은 공모주를 사들인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를 처분한다.

실제 교보악사운용의 ‘교보악사완전소중한증권투자회사K-1(채권혼합)’은 주로 삼성전자ㆍ현대차ㆍ하이닉스ㆍ현대중공업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 등 대형주로 채워져 있다. 공모주가 일부 편입돼 있지만 비중은 적다. 와이즈자산운용의 '와이즈셀렉티브공모주30알파증권투자신탁1(채권혼합)'도 상위 10개 종목을 하이닉스·현대제철·OCI·제일모직 등이 차지하고 있다. 공모주는 없다. 다른 펀드들도 편입된 공모주가 1∼2개에 불과하고 대형주로 채워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위 10개 편입 종목 중 8개를 공모주로 채운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세이프밸런스증권투자신탁2(채권혼합)’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55%로 독보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공모주 배정 물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 기여도가 매우 낮다”며 “공모주펀드가 공모주 직접투자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미래에셋·삼성투신 등 대형 운용사들은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모주펀드는 기본적으로 채권혼합형 펀드에 가까운 상품으로 생각하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에프엔가이드 이연주 연구원은 “채권비중이 크다 보니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투자자들은 펀드 이름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 편입 종목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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