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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울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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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익진
경기 북부 취재팀장

경기 지역 교사들이 울고 있다. 지난달 10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고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건물 벽에다 소변을 보던 학생들을 훈계하던 이모(46) 교사가 봉변을 당했다. 한 학생(18)이 “법대로 해”라고 외치며 교사의 가슴을 두 차례 치는 사건이 있었다.

 피해 당사자인 교사는 한 달 동안이나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충격에 싸여 있었다. 최근 해당 학생과 안부를 전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제야 충격에서 다소 벗어난 그는 지난 11일 기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요즘 고교생 중에는 흡연 학생이 너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흡연을 단속하고 훈계하면 “왜 저한테만 그래요”라며 대들기 일쑤란다. 흡연을 비롯해 학교 내 폭력, 수업 방해 같은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징계가 가볍다는 점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 들어 체벌이 없어지고 훈계와 선도 등이 고작이라는 점도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가져오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학생들의 일탈행위를 보고도 교사들이 모른 척 넘어가게 하는 환경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으니 어떤 교사가 학생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학생부장 자리는 교사들 사이에 ‘3D(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보직’으로 불리며, 기피 대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부장교사 중 가장 젊다는 이유로 지난해까지 4년간 학생부장직을 맡았다고 했다.

 이 교사는 “지금과 같은 학생들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로는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 정책과 시·도별로 다른 처벌 규정도 통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 한 고교의 교사(32)도 비슷한 하소연을 해왔다. 그는 “올 들어 경기도 교육청이 직접 체벌을 비롯해 엎드려 뻗쳐 같은 간접체벌마저 금지한 후 학생들에 의한 교권 도전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사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흡연, 폭행, 교사 지시 무시, 수업 방해 같은 일부 학생의 일탈행위도 무조건 덮고 넘어가자는 식의 교감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을 학교나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모두 감추기에 급급해 한다는 개탄이다. 교사들은 명예 추락과 불이익 등을 걱정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그는 “교사들 사이에선 ‘학생들만 건드리지 말자’는 웃지 못할 냉소적 분위기까지 생겨났다”며 혀를 찼다.

 영국 정부가 최근 학생 체벌을 전면 금지한 ‘노 터치(no touch)’ 정책을 도입한 지 13년 만에 폐기하기로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원칙은 옳다. 하지만 끝간 데 없이 엇나가는 일부 청소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적 차원의 학생 징계 강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전익진 경기 북부 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