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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발해만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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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황하(黃河)는 본디 그냥 ‘하(河)’다. 물을 뜻하는 ‘수(水)’에 의성어 ‘가(可)’를 붙였다. 중국 발음으로는 ‘커’다. 황토 빛 굽이치는 물소리가 ‘커, 커, 커’로 들렸나. 중국 시문에 ‘하(河)’는 황하를 가리키는 것이다. 지류들도 위하·백하·낙하·분하 등 ‘하’ 돌림이다.

 양자강은 중국인에게 장강(長江)이다. 본디는 ‘강(江)’ 한 글자다. 여기에는 의성어 ‘공(工)’이 붙었다. 중국 발음으로 ‘꿍’이다. 드넓은 물의 깊은 흐름이 ‘꿍, 꿍, 꿍’으로 들렸나. ‘큰 강이 동으로 흐른다’는 ‘대강동거(大江東去)’는 바로 양자강을 가리킨다.

 양자강에서도 고대 문명의 자취가 발견되지만, 중국 문명의 발상지는 황하다. 그 중류에 위치한 중원을 노려 사슴을 쫓는 곡절(曲折)의 역사가 펼쳐졌다. 숱한 제국의 흥망을 지켜보며 인생의 종착지 북망산을 휘감아 도는 황하는 동서남북으로 흐른다. 란저우(蘭州)에서 북으로, 대청산(大靑山)에 가로막혀 남으로, 시안(西安)에 접근하며 언뜻 서로, 그리고 뤄양(洛陽)을 향해 동으로 흐르는 것이다. 이처럼 황하가 구불구불 흐르는 이유는 이 고을 저 산록을 골고루 적시기 위해서다. 어차피 바다로 흘러들 운명인데, 굳이 직선으로 내달릴 이유가 있나.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인간이 직선화하지만, 미구에 곡선으로 회귀하는 법이다.

 이 황하가 마지막 숨을 내뱉는 곳이 발해(渤海)다. ‘발(渤)’은 물이 솟아오르는 모양새를 나타낸다. 황하가 바다를 만나 뒤엉켜 일렁이는 모습이다. 우리의 서해가 누런 빛의 황해(黃海)가 된 근원이다. 그런데 최근 황하가 흑하(黑河)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란저우 공업지대에서 나온 폐수에 시안·뤄양·정저우·지난의 생활오수가 합쳐지면서 거대한 하수구로 변한 것이다. 자연히 서해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해류가 없어 ‘닫힌 바다’인 발해만인데, 해양오염이 날로 심해지는 것이다. 이 발해만에 설상가상으로 기름 오염까지 덮쳤다. 유정(油井)에서 원유가 누출된 것이다. 한 달 사이에 벌써 세 차례다.

 소동파는 ‘불경발해상전변(不驚渤海桑田變)’이라 노래했다. “발해가 뽕밭으로 변해도 놀라지 마라”는 얘기다.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비틀었다. 그래서 거무튀튀한 죽음의 바다로 변해도 놀라지 않는 걸까. 발해의 명물로 멸종위기인 바다사자들이 서태지가 부른 ‘발해를 꿈꾸며’의 새로운 버전, ‘깨끗한 발해를 꿈꾸며’ 울부짖는다.

박종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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