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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패를 볼모로 한 48의 강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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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5보(45~52)=귀의 사활이 간단치 않다. 본시 흑진이었는데 이곳의 사활이 5대5라면 흑이 걸려들어도 크게 걸려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첫 판을 내준 허영호 8단에게 행운의 햇살이 비치고 있다.

 구리 9단은 아직 동요의 빛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45로 집고 47로 수상전의 급소를 뻗어 염려 없다는 표정이다. 귀의 수상전은 정답이 패다. ‘참고도 1’ 백1로 좁혀 들어가면 흑6에 이르러 흑이 먼저 따내는 단패가 된다. 하나 한 수 늘어진 패도 아니고 단패 아닌가. 아무 사고 없이 온전히 넘어 가기는 이미 그른 일 아닌가.

  안경을 만지작거리던 허영호의 손이 48에 뚝 떨어진다. 검토실도 예상하고 있던 바로 그곳. 애써 태연하던 구리도 이 수에는 흔들리고 있다. 눈꼬리가 붉어졌고 몸 움직임이 불안정해졌다. 이쪽 형태만 본다면 ‘참고도2’ 흑1로 젖혀 엄하게 추궁해야 한다. 하지만 백은 2로 끊을 것이고 흑3이 떨어질 때를 기다려 귀의 패를 감행할 것이다. 패가 시작된 후 흑이 귀를 죽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백이 A에 팻감을 쓰면 받을 수 없고 결국 백은 A와 B를 연타하게 된다. “그건 끝이죠”라고 박영훈 9단은 말을 맺는다.

  구리는 눈물을 머금고 49로 물러서야 했고 백은 유유히 터를 잡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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