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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도전정신 없다” 임원들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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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도대체가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을 느낄 수 없다.”

 CJ 이재현(52·사진) 회장이 CJ그룹 전반에 퍼져 있는 ‘안주(安住)하는 문화’를 호되게 질타했다.

 13일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그룹 전반에 안주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CJ가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은 안주 문화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CJ와 출발점이 비슷했던 다른 기업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성장 속도가 너무 더디다”며 “그룹 전반에 만연한 안주 문화를 타파하지 않고는 혁신적인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CJ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회장은 특히 “회장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준비가 돼 있는데 임직원들이 안주 문화에 빠져 도전정신이 약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언급은 창업 당시만 해도 사세가 엇비슷했던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데 반해 상대적으로 CJ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에 안주해 성장이 뒤처졌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J는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법적으로 분리된 뒤 10여 년 동안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을 펼쳐 왔다. 식품 회사에서 엔터테인먼트·생명과학·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95년 1조73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을 지난해 17조원을 넘길 정도로 키웠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인 기업으로는 성장하지 못했고, 매출 증가 추이도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CJ의 한 계열사 임원은 “CJ가 오랫동안 설탕과 밀가루 등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기초 생필품 업종 위주로 사업 구조가 짜여 있다 보니 그룹 전체적으로 안주하려는 문화가 만연해 있었다”며 “이 회장의 불만은 이 같은 문화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향한 도약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기 위해 2조원이 넘는 거액을 ‘베팅’하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공격적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회장의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도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이오와 신소재, 식품 글로벌을 3대 축으로 2015년 매출 15조원을 올리고, 전체 매출의 57%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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