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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부위·요리방식 따라 ‘맛 등급’ 매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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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값비싼 한우 등심을 국거리로 쓰거나 제수용 산적으로 쓰면 어떨까. 농촌진흥청 김동훈 축산물이용과장은 “가격 대비 효용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맛도 덜하다”며 “그래서 등심은 구이로 먹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농촌진흥청은 한우고기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부위별·요리방법별로 소비자의 맛 만족도 평가 결과를 반영한 맛 점수를 산출해 ‘연도(軟度)관리 시스템’(맛 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농촌진흥청은 2006년부터 4년간 전국 4600명을 대상으로 한우고기 맛 평가를 실시해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 소비자는 ▶고기의 부드러운 정도(軟度) ▶다즙성(육즙이 많은 정도) ▶특유의 향미(flavor)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을 이를 바탕으로 쇠고기 맛 결정가중치(연도 55%, 다즙성 18%, 향미 27%)를 도출했다. 이를 근거로 한우고기 10개 부위에 대해 맛 점수 계산식을 만들어 전산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점수가 낮으면 ‘보통’, 중간이면 ‘우수’, 높으면 ‘매우 우수’의 3등급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현행 쇠고기 등급제(도체 등급제)와는 어떻게 다를까. 현행 등급제는 등급표시를 1++, 1+, 1, 2, 3등급의 5단계로 하고 있다. 주로 마블링을 중심으로 육질을 보고 판단한다. 도체(도축 후 머리, 다리, 내장, 가죽을 제외한 소의 몸 전체) 전체를 하나의 등급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한 마리에서 나온 등심, 안심 등 부위가 모두 같은 등급이다. 얼마나 숙성이 됐는지도 알 수 없다.

 반면 맛 예측 시스템은 10개 부위별로 요리와 숙성 정도를 반영해 등급을 표시한다. 농진청 조수현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세 가지 맛 예측 등급은 현행 쇠고기 등급제를 보완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한국의 식문화 특성에 맞는 한우고기 맛 예측 시스템 개발로 한우 냉장 숙성육이 수입육과 경쟁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맛 예측 시스템은 우선 횡성축협의 6개 자체 매장에서 지난달 말부터 시범 실시되고 있다. 전국 대형유통점 120여 곳에 납품하고 있는 횡성축협은 시범실시를 거쳐 소비자의 반응을 본 뒤 수도권 대형매장까지 확대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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