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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의 힘 … IMF 철옹성 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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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 금융계에서 ‘차이나 파워’가 막강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자리도 중국 금융인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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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가인 주민(朱民·59·사진) IMF 총재 특별고문을 부총재로 지명했다. 이번 지명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까지 중국 몫을 챙겨준 ‘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점이다. IMF는 주민을 임명하기 위해 기존 3개였던 부총재 자리를 4개로 늘렸다. 주민이 24개 이사국의 동의를 얻어 부총재에 취임하면 IMF 최고위직에 오른 첫 중국인이 된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08년 세계은행 부총재에 임명된 린이푸(林毅夫·임의부)와 함께 양대 국제금융기구의 수뇌부에 자국인을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IMF와 세계은행의 수장은 서유럽과 미국이 독점해 왔다. IMF는 총재를 서유럽 출신이 맡는 대신 수석부총재는 언제나 미국 몫이었다. 선진국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총재직 역시 철저한 지역 안배와 견제를 통해 일본과 남미·아프리카 출신이 차지했다. 시노하라 나오유키 전 일본 재무차관과 이집트 출신인 네마트 샤피크 전 국제금융공사(IFC) 부사장이 현재 IMF 부총재를 맡고 있다. 다음달 물러나는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의 후임에는 관례대로 데이비드 립튼 전 미국 재무장관이 지명된다.

 주 특별고문의 신임 부총재 지명은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르며 국제금융계의 큰손이 된 중국의 힘을 보여준다. 중국은 그동안 IMF 개혁과 신흥국의 위상 제고 등을 내세우며 ‘고위직 지분’을 요구해 왔다. 그런 만큼 부총재직을 신설해 중국인을 앉힌 것은 IMF 내 쿼터(지분) 3위(6.39%)로 뛰어오르며 발언권을 강화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인도와 러시아, 브라질 등 IMF 내 지분이 높아지며 ‘입김’이 세진 신흥국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게다가 이번 지명은 라가르드 신임 총재의 중국에 대한 ‘보은(報恩) 인사’의 성격도 강하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성추문에 휩싸이며 낙마한 뒤 프랑스 재무장관으로 총재직에 도전했던 라가르드는 개도국의 반발에 부닥치며 선거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중국이 막판에 라가르드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하면서 총재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라가르드와 중국 사이에 ‘부총재직 밀약설’이 돌기도 했다.

 주민 신임 부총재는 중국 푸단(復但)대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대를 거쳐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96년까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국제적 감각을 키웠다. 중국 정부는 중국은행 부행장으로 일하던 그를 2년 전 인민은행 부총재로 승진시키며 IMF 고위직 입성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 이후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의 특별고문으로 활동하면서 고위직에 바짝 더 다가섰다.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라가르드의 첫 인사는 총재직을 지지해 준 미국과 중국에 대한 보상”이라며 “주 부총재의 지명은 IMF의 권력구조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반영하는 동시에 중국의 정책적 책임이 늘어난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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