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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버스 없는 중앙차로’… 8억 들여 짓고 8억 들여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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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 내 하남대로 교차점~왕버들로 교차점 2.7㎞ 구간. 왕복 10차로인 이곳에선 2009년 4월부터 버스 중앙차로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차로엔 길을 잘못 든 승용차·트럭만 가끔 다닐 뿐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 김성민씨는 “버스가 중앙차로로 다니는 걸 못 봤다”며 “괜한 곳에 중앙차로를 만들어 불편만 늘렸다”고 말했다.

 이 중앙차로는 곧 사라진다. 수완지구와 인근 신창·운남·첨단산단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광주시가 내년 초에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광주에 처음으로 도입된 중앙차로가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2년여 만에 없어지게 된 것이다. 버스승강장·중앙분리대·안전시설 설치 비용 등으로 들어간 돈만 8억원. 중앙차로를 없애고 원래 도로로 복원하는 데 또 8억원이 든다. 이 중앙차로는 박광태 전 시장 재임 때(2004년 4월) 추진됐다. 수완지구가 완공되면 교통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중앙차로 설치를 결정했다. 7만5000여 명(2만5000여 가구)이 입주하게 설계된 수완지구는 호남 최대 주거단지로, 2008년 말 공사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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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초반부터 예측이 틀렸다. 잘못된 예측에 맞춰 짠 계획도 엉클어지면서 중앙차로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 쓸모없는 길이 됐다. 이유는 이렇다. 광주시는 중앙차로를 만들면서 인도 쪽에도 버스정거장을 설치했다. 중앙차로 정거장은 급행버스인 통근·시외버스가, 인도 쪽 정거장은 시내버스가 사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인도 쪽 정류장을 점차 없애고 중앙차로 정류장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중앙과 인도 쪽에 버스 승강강을 각각 8개, 10개씩 만들었다.

 택지지구 조성을 맡았던 한국토지공사(현 LH)와 광주시는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해 중앙차로를 이용하는 버스는 시간당 578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턱없는 전망이었다. 현재 임방울대로를 다니는 시내버스는 많을 때도 시간당 28대에 불과하다. 수완지구 입주자가 예상과 달리 5만 명에 그치면서 다니는 버스도 줄었다. 시외버스는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에 자가용 운전자에게 중앙차로는 골칫거리다. 송경종(광산구 3) 광주시의원은 “중앙차로 때문에 U턴과 좌·우회전이 안 돼 승용차 운전자들의 불만만 커졌다”고 말했다.

 시민 들은 시민 세금을 낭비한 책임자를 가려내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기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처음부터 엉터리 계획에 맞췄기 때문에 중앙차로는 세금만 낭비하고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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