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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KAL기 폭파사건 뮤지컬로 만들어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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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현희 KAL기 폭파사건은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한반도만의 특수한 사건이다. 꼭 한번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

 미국 브로드웨이 천재 극작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49·사진)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한국뮤지컬협회·충무아트홀·한국뮤지컬산업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제5회 국제 뮤지컬 워크숍’에 참가했다. 라키우사는 도발적인 글쓰기와 실험적인 음악으로 무장한,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지적인 창작자다. 혼자 극작·작사·작곡을 다 해내는 모습에서 미국 뮤지컬의 자존심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후계자로 평가된다. “2000년 이후 히트 뮤지컬은 얄팍한 반복과 계산만 있는 가짜 뮤지컬”이라는 독설로도 유명하다.

 -3년 만의 내한이다. (그는 2008년 ‘씨 왓 아이 워너 씨’ 한국 초연 당시 처음 방한했다)

 “3년 전 서울과 사랑에 빠졌다. 인사치레가 아니다. 강렬한 음식, 길거리의 색감, 사람들 움직임 등이 독특하고 신선했다. 이번에 서울의 공기를 맛보는 순간, 3년 전 느낌이 잘못된 게 아니구나 싶어 기뻤다.”

 -한국 배우들에게 받은 인상은.

 “멋지다(Wonderful). 특히 양준모가 인상적이다. 좋은 노래를 한다는 건 여행이다. 출발지와 여정, 도착지를 배우 본인이 명확히 알고서, 그걸 같이 떠나는 관객에게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은 브로드웨이에 뒤지지 않는다. 특정 상황에선 더 앞선다고 느꼈다. 그들이 외국 번안 뮤지컬이 아닌, 한국어에 딱 들어맞는 뮤지컬을 하면 어떨까. 반향이 엄청날 것이다.”

 -3년 전에도 비무장지대에 가는 등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다고 하던데.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아닌가. 작가라면 당연히 그 이면에 눈길을 둘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김현희씨의 KAL기 폭파사건을 다룬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흥미로웠다. 그가 어떻게 세뇌를 받았고 공작원이 됐는지, 수백 명 목숨을 빼앗아간 일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그게 남한에선 어떻게 해석됐는지, 또 남한사회는 남북대치 상황에서도 그를 어떻게 구성원으로 포용했는지 등등, 모든 게 드라마틱했다.”

 -정치적이고 어두운 이야기가 뮤지컬에 적합할까.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정치적이며 어둡다. 피카소의 ‘게로니카’를 보라. ‘미스 사이공’만큼 정치적 해석이 민감한 뮤지컬이 어디 있는가. 뮤지컬이 늘 밝고 흥겨워야 한다는 건 오해다.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뮤지컬의 영토를 넓히는 게 나의 임무 중 하나다.”

글·사진=최민우 기자

◆마이클 존 라키우사=1962년 이태리계 미국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에 혼자 뉴욕에 와서 독학으로 뮤지컬을 공부했다.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등 난해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며 ‘브로드웨이 최고 혁신가”로 주목 받았다. NYU 뮤지컬 창작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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