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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어쩌나’ SK그룹 발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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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SK증권, 어찌하오리까.”

 SK그룹이 결국 SK증권 지분을 팔아야 할 마감시한(2일)을 넘겼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계열사인 SK네트웍스를 통해 SK증권(22.7%)을 보유하고 있는 SK그룹이 이 규정에 딱 걸린다. 법상으로는 기한 내에 SK증권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맞게 돼있다. 과징금은 보유 지분 액수의 10%로 10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장고에 들어갔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외부에 팔거나, 그냥 과태료를 내버리는 것이다. 지분 매각은 명쾌한 해법이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외부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SK 관계자는 “증권 사업이 고수익 사업도 아닌 데다 SK증권의 규모가 큰 것도 아니라서 팔려고 내놓는 순간 헐값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 회장이나 SK그룹이 SK증권 매각을 내켜 하지 않고 있다. 해외 사업이 많아지면서 믿을 만한 금융회사를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SK C&C, SK케미칼, SK가스에 지분을 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최태원 회장 일가가 55%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C&C가 SK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SKC&C는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SK증권 인수설에 대해 부인공시를 냈다. 기업이 공시를 낸 후 45일 안에 공시 내용을 번복할 경우 거래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최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SK케미칼이나 SK가스가 인수할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다. 그룹 지배권을 놓고 사촌 간에 기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있을 수만도 없는 문제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되는 데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팔지도, 두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난감하다”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은 4년간 이어온 그룹의 오랜 숙제였다. SK그룹은 2007년 7월 SK㈜를 지주회사로 하는 체제로 출범하면서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하지만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은 처분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의 처지를 감안해 지분정리 유예기한을 연장해줬다.

 시간을 번 SK그룹은 국회에 계류 중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몰두해왔다. 정부 개정안에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개정안은 2009년 제출된 이후 3년을 끌어왔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도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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