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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경제 르포] “현대차와 해외 동반 진출 … 12년 새 매출 10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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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오원석 코리아에프티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성 공장에서 막 생산된 자동차 부품인 필러넥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안성 공도기업단지 내 코리아에프티 공장. 30도가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 속에서 자동차 연료탱크 주요 부품인 ‘캐니스터’와 ‘필러넥’이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캐니스터는 연료탱크 내부에서 증발하는 탄화수소를 활성탄으로 흡착해 대기오염을 방지한다. 증발가스 포집장치로도 불린다. 필러넥은 연료 주입구와 차량 내부의 연료탱크를 이어주는 연결관이다.

 코리아에프티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에 캐니스터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로 독보적인 1위다. 세계시장에서도 정상급 부품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지난해 세계 캐니스터 시장 점유율은 9%로 미국 델파이, 독일 말레, 일본 아이산(愛三)에 이어 4위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물었다. 오원석(59) 코리아에프티 대표이사(부회장)는 “현대·기아차와 해외에 동반 진출하며 지난 12년간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다”며 “현대·기아차가 아니었다면 국내 공장 매출밖에 없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답했다.

 코리아에프티는 1999년 2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와 동반으로 해외에 진출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2002년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北京)에 공장을 짓자 다음해 인근에 부품 공장을 지었다. 2007년 현대차 인도 공장이 있는 첸나이 인근에도 공장을 세웠다. 2008년 폴란드 남부 자브제에 공장을 준공하고,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 부품을 공급했다.

 해외 진출 덕분에 지난해 매출 1855억원 가운데 800억원을 해외에서 만들어냈다. 올해도 예상 매출액 2200억원 중 절반은 해외 공장에서 나올 전망이다. 동반진출을 하면서 불과 12년 만에 회사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고 해외 공장 비중이 절반으로 커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임직원 역시 국내(312명)보다 해외(769명)가 더 많다.

 회사가 급성장했지만 위기도 있었다. 바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 폴란드 공장을 지으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때도 현대·기아차가 동반성장 펀드를 통해 코리아에프티에 담보 설정 없이 30억원을 빌려 줬다. 부품회사가 문제가 생기면 현대·기아차의 생산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명분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발전하기 위해선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코리아에프티의 경우 뛰어난 품질 및 납품 경쟁력을 감안해 담보를 설정하지 않고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런 게 바로 동반성장이고 상생이라고 생각한다”며 “빌려준 돈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이미 절반 이상을 갚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매년 한두 차례씩 납품단가를 깎는 관행인 ‘납품단가 인하(CR·Cost Reduction)’에 대해 오 대표는 “부품업체가 살아야 대기업도 산다. 현대차에 25년째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우리는 RCR에 가깝다”고 말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철강 등의 부품업계에서는 ‘RCR’과 ‘CCR’이란 속어가 있는데, RCR은 합리적(Reasonable) 납품단가 인하를, CCR은 미친(Crazy) 단가 인하를 뜻한다.

안성=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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