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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데 모르던 미국인 “It changes my lif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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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비데 불모지인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중소기업인이 있다. 미국 대형마트 체인 코스트코에 올 1월부터 비데를 납품한 유병기(54·사진) 아이젠 대표다.

 미국의 비데 보급률은 채 5%가 안 된다. 인식이 덜 된 탓인지 일본 욕실용품 토토사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패한 곳이다. 유 대표는 “국내 대기업도 넘보지 못한 코스트코를 뚫은 것을 계기로 미국에 비데 문화를 전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데 매니어다. 횟집을 경영하던 유 대표가 비데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3년 1월. 지인의 소개로 비데를 접하고 변비에 효험을 본 것이 계기였다.

 그는 “당시만 해도 비데가 요즘처럼 널리 퍼지지 않았을 때다. 비데를 써 보고 ‘이거다’ 싶었다”며 “수소문 끝에 직원이 서너 명밖에 없던 아이젠을 인수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웅진·노비타 등 몇몇 회사가 과점하고 있던 비데 시장에서 아이젠이 돌파구로 내세운 것은 기능성 비데. 깨끗이 씻어줄 뿐 아니라 배변까지 돕는 비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2004년 9월에 특허 받은 ‘전자식 관장 비데’를 내놨다. 소비자 반응이 좋자 계림(2005년)·삼성(2006년) 등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도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력만으로 대기업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자금력이 달려 대기업처럼 신문·TV에 광고를 내 제품을 홍보하기 어려웠다”며 “비데를 대규모로 시공하는 건설업체를 상대로 영업하기도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2005년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엔 중국·영국·네덜란드에서 비데를 파는 구매담당자(바이어)를 상대로 일대일 영업을 했다. 입소문을 타자 곧 한 해에 주문량이 1000여 개로 늘었다. 그는 “수출하다 보니 서양엔 비데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바이어를 통해 팔 게 아니라 직접 진출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2008년 3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직접 비데를 들고 현지 병원과 건설현장·대형마트를 누볐다. 틈날 때마다 가전제품 전시회에 들러 제품을 소개했다. 그는 “시카고·뉴욕·LA를 오가며 비행기를 탄 것만 수십 차례”라며 “‘맨땅에 헤딩하기’란 심정으로 덤볐다”고 술회했다.

 코스트코도 그중 하나였다. 2009년 6월 코스트코 14개 매장에 비데를 시험 설치한 것이다. 까다로운 유대인 바이어를 설득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들의 호응 때문.

 두 달간 한 주에 2개만 팔리면 납품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금세 일주일에 20개씩 팔려나갔다.

 “고객 반응 중 가장 많았던 것이 ‘It changes my life(내 삶을 바꿨어요)’였던 게 납품계약을 따내는 데 한몫했죠.”

 결국 올 1월부터 아이젠은 미국 내 코스트코 100여 개 매장에 비데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1000개를 주문받아 납품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1만7000개가 팔렸다. 아이젠은 하반기까지 6만여 개를 납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다. 그는 “비좁은 한국 시장이 전부인 줄 알고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많다. 하지만 한국은 레드오션일 수 있다”며 “겁내지 말고 해외 시장을 노크하라”고 말했다. 그에게 미국은 불모지가 아닌, ‘블루오션’이었다.

김기환 기자

아이젠은

▶업종 : 비데 제조업

▶설립 : 2002년(유병기 대표가 2003년 인수)

▶매출 : 110억원 (2010년)

▶직원 : 60여 명

▶수출국 : 미국·영국·호주 등 34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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