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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싹 닦아주마, 곰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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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곰팡이가 집 안을 덮는 장마철이 시작됐다. 가장 흔한 검정 곰팡이는 처음엔 락스와 같은 청소용 세제로도 쉽게 닦이지만, 일단 심하게 오염되면 강력한 약제도 견뎌내기 때문에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눅눅한 장마철이면 피는 꽃이 있다. 반갑지 않은 그 꽃의 이름은 곰팡이꽃. 욕실 바닥이며 벽지를 검게 물들인다. 화무십일홍이라는데 곰팡이꽃은 눅눅한 실내에 한 번 피면 지지도 않고 두고두고 번진다.

거무튀튀하게 외부에 노출된 곰팡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가구 뒤편, 벽지 안쪽, 심지어는 창틀 안에서도 곰팡이는 자란다. 국내 가구의 실내 곰팡이 농도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일반 주택의 31%(2010년 376가구 대상), 아파트의 22%(2009년 100가구 대상)에서 곰팡이 농도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기준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실내 곰팡이를 상당 부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불쾌한 장마철 실내 불청객 곰팡이와 결별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도움말=곰팡이잡는사람들 조형석 대표, 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김영환 교수, 국립환경과학원, 한국방역협회

공기 속 포자가 폐렴도 일으켜


곰팡이는 균류에 속한다. 균류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기생한다. 대부분의 곰팡이가 온도·습도가 높은 곳을 좋아하고 영양과 산소가 있어야 살아간다. 냄새를 풍기고 음식을 상하게 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공기 중 포자로 인해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곰팡이는 포자로 번식한다. 다 자란 곰팡이는 민들레처럼 작은 씨앗인 포자를 공기 중에 퍼뜨린다. 이 포자는 다시 벽·창틀 등에 내려앉아 자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포자는 숨을 쉴 때 몸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킨다. 포자는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뿐만 아니라 폐렴의 원인이 된다. 곰팡이는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는 집먼지 진드기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첫째로 없애야 하는 것은 곰팡이 그 자체, 둘째는 공기 중의 포자다. 장마철에 곰팡이를 제대로 없애지 않으면 가을까지 고생한다. 곰팡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습기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여름철 실내 습기를 제대로 없애지 못하면 가을철 곰팡이가 대량 번식한다.

습도 60% 이하로, 환기 자주 해야

곰팡이 없애는 생활 습관의 첫째는 습도를 낮추는 것이다. 습도는 6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제습도 중요하지만 환기를 통해 일단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좋다.

창문이나 외부로 통하는 문을 두 군데 이상 열어 공기의 흐름을 만들면 자연스레 실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외부의 공기가 들어온다. 하루에 적어도 한 차례. 10분 이상 환기하고 비 오는 날은 피한다. 세탁물은 되도록 외부에서 말리고 실내라면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넌다. 물이 고인 곳은 즉시 없앤다.

둘째는 결로 발생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결로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슬로 맺히는 것을 말한다. 결로가 생기는 원리는 장마전선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실내의 더운 공기가 외부의 찬 공기와 만나 생긴다. 단열·환기가 되지 않는 집에 잘 생긴다. 그래서 낡은 집일수록 곰팡이가 더 자주 핀다. 벽에 가구를 붙여 두는 것을 피해야 한다. 공기가 드나들지 않으면 습기가 차고,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자란다. 가구는 벽·바닥에서 5~10㎝ 정도 떼 놓는다. 식물을 기른다면 식물 간의 간격을 두고, 옷장이나 창고도 가급적 자주 문을 열어 놓아 환기시켜야 곰팡이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장소별 곰팡이 제거방법

●욕실

욕실은 곰팡이의 온상이다. 밀폐돼 있고 고온다습해서다. 특히 타일의 줄 눈은 타일과 달리 흡수성이 있어 곰팡이가 잘 달라붙는다. 곰팡이는 세제를 뿌리고 브러시로 문지르는 것으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30분~1시간 놔둔 뒤 물을 뿌리면서 브러시로 닦아낸다. 곰팡이 오염이 심각하다면 그 위에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랩으로 밀봉한다. 반나절에서 하루가 지난 뒤 물과 브러시로 닦아 낸다. 세척 후 완전히 소독하고 싶다면 약국에서 소독용 에탄올을 구입해 그 부분을 살균하는 게 좋다. 욕실에 스프레이처럼 뿌리거나 천에 묻혀 닦아 내면 된다. 더욱 완벽하게 제거하기를 원한다면 수납장·거울 뒷면까지 닦아 내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샤워 후, 문을 열어 둬 습기를 없애는 습관이 필요하다.

●벽면

일단 벽지에 생긴 곰팡이는 즉시 닦아 낸다. 곰팡이잡는사람들 조형석 대표는 “곰팡이는 안 닦인다는 착각을 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며 “곰팡이는 번식력이 뛰어나므로 초기에 곰팡이를 즉시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벽지에 곰팡이를 닦아 내도 계속 생긴다면 벽지 전체를 뜯어내고 다시 바른다. 특히 벽지가 벽에 달라붙지 않고 떠 있다면 곰팡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바를 때는, 벽지를 떼고 곰팡이 제거제를 이용해 곰팡이를 완전히 없앤다. 벽면에 홈이 파져 있다면 이를 메운 뒤 선풍기를 틀어 습기를 완전히 말리고 벽지를 완전히 밀착시켜 다시 바른다. 공기가 안 통하는 폴리염화비닐수지보다 종이로 된 벽지가 좋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곰팡이가 생기고 문제가 심각하다면 업체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좋다. 건물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로·누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베란다

베란다는 외부와 닿아 있고 단열에 소홀한 경우가 많아 결로가 자주 발생한다. 마감재인 실리콘의 탄소 성분이 곰팡이의 먹이가 된다. 습기와 먹이가 있으니 곰팡이가 잘 자라는 것이다. 또 곰팡이는 여름에만 번성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습도와 영양만 공급되면 어느 계절에라도 생길 수 있다. 냉장고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도 그래서다. 베란다 곰팡이를 제거하는 요령은 욕실 청소할 때와 같다. 다만 외벽과 새시 사이에 누수가 있다면 즉시 고쳐야 한다. 실리콘 마감된 부분은 자주 청소한다. 창고도 자주 열어 놓아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곰팡이 제거제 쓸 때 이런 점 주의해야

곰팡이 제거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포함된 것을 구매한다. 곰팡이를 없애는 데 효과적인 화학물질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강알칼리성이다. 단백질을 분해하는 기능이 있다. 반드시 장갑을 끼고 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피부에 닿으면 눌어붙는 느낌이 든다. 닿는 즉시 물로 잘 씻어야 한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포함된 곰팡이 제거제를 산성 세제와 혼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함께 쓰면 유독한 염소 가스가 발생하고 이는 인체에 치명적이다. 알코올과 혼합하는 것도 염소 가스를 발생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직사광선과 고온도 피해야 한다. 염소계 세제는 반응성이 높아서다. 그래서 내용물을 될 수 있으면 다른 용기에 옮겨 담는 것도 삼가야 한다. 잘못해 마셨을 경우 곧바로 물 또는 우유를 먹게 하거나 토하게 한 뒤 의사와 상담한다. 물은 위에서 물질을 희석해 작용을 억제하고, 우유는 위 내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눈에 들어갔을 경우 비비지 말고 곧바로 흐르는 물로 15분 이상 씻어 흘려 버리고, 이상이 없어도 안과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심한 경우 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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