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어디에도 선수 이름 없는 팀, 그 이름 뉴욕 양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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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는 경기복에 선수 이름을 넣지 않는 전통을 100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개인보다 팀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19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 앞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홈팀 양키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도열해 있다. [게티 이미지]


국내 프로야구가 장마철을 맞아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기는 동안에도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숨가쁜 레이스를 거듭하고 있다. MLB의 영원한 테마 가운데 하나는 아메리칸리그의 두 강자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대결이다. 27일(한국시간) 현재 동부지구에서 1위 양키스가 45승31패, 2위 보스턴이 45승32패로 반 게임 차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가장 익숙한 플롯은 “양키스와 보스턴이 각축했다. 결국 양키스가 이겼다”는 것이다. 양키스는 130년에 걸친 MLB 역사 속에 27차례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1991년 이후 20년간 7차례 월드시리즈에 나가 5차례 우승했다. 가장 성공한 구단, ‘영원한 우승 후보’. 이 압도적인 야구팀을 관류하는 하나의 코드가 있다. 미국의 자유정신을 구현했다는 도시 뉴욕 야구팀의 경기복에는 선수의 이름이 없다.

 등 번호와 함께 선수 이름을 처음으로 새긴 팀은 196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다. MLB 경기복 규정엔 ‘어떤 팀이든 등에 선수의 이름을 넣을 수 있다. 단, 성이 아닌 이름을 새길 경우 리그 커미셔너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팀은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며 등에 번호와 함께 이름을 넣었다.

 야구팬은 선수의 가슴팍을 보고 소속 팀을 안다. 등을 보고 이름을 확인한다. 양키스 경기복이 제공하는 정보는 그가 양키스의 선수라는 사실뿐이다. 선수의 이름이 없는 경기복은 1901년 창단한 이 팀의 불문율이자 역사다.

보스턴 시절의 자니 데이먼(왼쪽). 그는 뉴욕 양키스 입단 직후 수염과 장발을 깎았다.

 양키스의 경기복 코드는 같은 해 창단한 ‘110년 라이벌’ 보스턴과 정반대다. 보스턴 선수들은 일부러 막 입은 듯한 차림으로 양키스를 비웃기도 했다.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 매니 라미레스나 자니 데이먼이 그들이다. 그러나 장발에 ‘관우 수염’을 휘날리던 데이먼이 2006년 보스턴에서 양키스로 이적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는 단정하게 머리를 깎고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에 딱 맞춰 입은 경기복을 입고 나타났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양키스의 전설적인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말했다. “양키스를 사는 것은 모나리자를 사는 것과 같다. 모나리자를 싸구려 액자 속에 넣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최고의 스타에게 최고 몸값을 준다. 그러나 ‘액자’에는 양키스라는 이름뿐이다. 개인 기록의 합계가 팀의 승리라는 결과로 환산되지 않는 야구 경기 특유의 딜레마를 양키스의 줄무늬 경기복에서 읽을 수 있다. 스타인브레너는 이런 말도 했다.

 “승리와 성취와 그걸 실현시키기 위한 원칙에 미쳐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필요한 곳이 미국이란 나라이고, 뉴욕이란 도시이며, 바로 양키스 구단이다.”

 라이언 카빈더 LA에인절스 홍보 담당관은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양키스 경기복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전통을 고수하는 건 그들에게 무척 중요하다. 아마 전 세계 모든 경기복 중 사람들이 가장 쉽게 알아보는 옷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빈더 담당관은 또 “이제 선수 이름이 없는 경기복은 오직 양키스만의 것이 됐다. 선수는 바뀌어도 양키스의 경기복은 영원하다. 다른 구단이 아무리 따라 해도 그들의 것이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몇몇 팀이 양키스처럼 경기복에서 선수의 이름을 지우기도 했다. LA 다저스는 2005년 팀의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등번호만 남겼다. 그러나 다저스 전담 아나운서 빈 스컬리가 “새로 온 선수들의 이름을 알기 힘들다”고 불평했다. 프랭크 매코트 구단주가 그의 불만을 받아들였다. 결국 다저스는 2007년부터 다시 경기복에 선수 이름을 새겼다. 이제 양키스만 남았다. MLB에서 결코 바뀌지 않을 한 가지 진실, 그것은 양키 스트라이프와 이름없는 경기복뿐이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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